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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셋값 올릴 땐 언제고..“전세 사실 분 없나요”


 
전셋값 올릴 땐 언제고..“전세 사실 분 없나요”
 


  #1. 서울 대치동 개포우성1차 102㎡(공급면적) 아파트를 보유한 김모씨(48)는 최근 전셋값을 4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이나 내렸지만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학군특수를 감안, 4억8000만원에 전세로 내놨지만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김씨는 "중개업소에서 지난해 수능이 쉬워지면서 대치동 전세수요가 확 줄었고 거꾸로 대치동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며 "가격을 내렸지만 수요가 없을까봐 걱정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2. 경기 안양시 비산동 최모씨(54)는 지난달 삼성래미안 114㎡를 세놓기 위해 국토해양부에 나온 전세실거래(지난해 12월 기준)보다 1500만원 낮은 3억2000만원에 전세를 내놨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국토해양부 전세실거래가를 다시 확인하니 올 1월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 전셋값이 3억∼3억1000만원으로 낮아진 것을 알게 됐다. 최씨는 전셋값을 다시 낮춰야 할지 고민 중이다.

전세난이 완화되면서 서울·수도권에서 국지적으로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은 기반시설이 부족한 신도시나 입주물량이 풍부한 곳에서나 벌어졌던 광경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수도권은 전셋값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는 등 봄 이사철 성수기에도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지적인 역전세난이 길게 가거나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공급물량뿐 아니라 신규입주물량 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군수요 빠진 대치동, 역전세난

서울에서는 학군수요가 감소한 강남 대치동이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20일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근 전셋값을 낮춰 전세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많다"며 "학군수요가 줄어든 탓"이라고 전했다.

실제 개포우성1차 94㎡ (9∼10층) 전세 보증금은 지난달 5억5000만원에서 이달 초 5억원으로 10%가량 낮아졌다. 대치 삼성아파트 59㎡(16∼18층) 전셋값도 올해 초 3억7000만∼4억원에서 이달 들어 3억5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은마아파트 95㎡(2층) 전셋값은 지난 1월 2억7000만∼2억8500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2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역전세난은 봄이사철 계절수요와 학군 수요 등이 마무리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리고 있는데다 뉴타운을 제외한 강남, 목동, 중계동 등에 대한 선호도는 유지되고 있어 역전세난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지난해 수능이 쉬워진데다 최근 혁신학교 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의 전세 세입자가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치동 등 강남지역의 전세는 예년보다 수요가 조금 덜한 것이지 이곳의 전통적인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올봄에는 이렇게 넘어갔지만 당장 올가을과 올겨울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남지역은 최근 2년간 전셋값이 워낙 많이 올라 기저효과가 나타났고 학군특수가 사라져 외부 이동수요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강남권 집주인들은 지난해 수준 가격으로 전세를 재계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서울 전셋값 하락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21.7%, 수도권은 22.7% 급등했다. 아파트 전셋값 부담이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다가구, 단독주택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올해 들어 서울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대비 3월 16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6%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37% 급등한 바 있다. 최근 2주 동안에도 서울은 0.01% 하락했다. 이 중에서도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는 0.12% 떨어져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국토해양부 실거래량을 봐도 세입자들이 저렴한 단독, 다가구 등으로 옮겨타고 있다"며 "그동안 전셋값이 크게 올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하지만 공급물량과 신규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전세에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많아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