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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아르헨, 석유기업 YPF 국유화… 현재 스페인 기업이 최대주주 '반발'

  옛 식민지의 반란? 아르헨vs스페인 일촉즉발 
   아르헨, 석유기업 YPF 국유화… 현재 스페인 기업이 최대주주 '반발'

아르헨티나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자국 최대 석유기업 'YPF'의 지분 51%를 확보, 사실상 국유화했다. YPF의 기존 최대주주인 스페인 기업 렙솔은 물론 스페인 정부도 즉각 반발,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 대통령(사진)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YPF 지분 51%를 정부가 인수하는 법안을 의회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르헨 정부는 곧장 세바스찬 에스케나지 YPF 최고경영자(CEO)를 훌리오 데 비도 기획장관으로 교체하는 등 경영권 인수를 현실화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대통령궁 연설에서 아르헨티나가 성장불능국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YPF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석유를 통제하지 못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며 석유기업 국유화를 정당화했다.

실제로 이 법안은 "렙솔이 YPF를 인수한 뒤 원유 매장량과 생산량 감소에 책임이 있다"며 "약탈자와 같은 렙솔의 태도가 아르헨티나로 하여금 국유화에 나서도록 했다"고 명시했다.

1990년대 민영화 추세 속에 아르헨 정부는 YPF 지분 0.2%와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황금주만 남기고 대부분을 민간에 매각했다. 렙솔은 1999년 YPF 지분을 80% 이상 인수했지만 2008년과 2011년, 이 가운데 일부를 아르헨티나 에스케나지 가문에 나눠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재 YPF는 렙솔이 57.4%, 에스케나지 가문이 25%, 나머지 17% 가량을 기관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페르난데스 정부는 이 가운데 에스케나지 가문의 지분 전체와 렙솔의 보유분 일부를 합쳐 51%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민감한 양국 관계+에너지 민족주의= 이 결정은 우선 2개월 가량 정부가 YPF에 증산을 압박해 온 결과다. 여기에 YPF가 최근 대규모 셰일 유전을 발견한 점, 아르헨티나가 과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역사적 관계도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에너지 수요도 급증했으나 원유 생산량은 거꾸로 감소, 국내 수요를 충당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료 수입은 전년 대비 2배로 늘어난 9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YPF는 지난 2월, 아르헨 남부 바카 무에르타 지역에 최소 230억배럴 규모의 셰일유가 매장돼 있다며 이 가운데 130억배럴은 YPF 소유라고 밝혔다. YPF와 그 보유자원을 국가의 재산으로 보는 아르헨 정부로서는 이대로라면 새 유전의 상당 부분을 스페인 기업에 넘겨주게 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 정부가 해외 원유 투자기업에게 주는 재정 혜택을 중단하고 개발이익의 본국 환수를 요구하면서 미국 캐나다 등지의 잠재적 투자자 8곳이 협상에서 발을 뺐다고 전했다. 

아르헨 정부는 이처럼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웠지만 이미 민영화된 에너지 기업을 강제로 국유화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스페인 정부는 그 적법성을 유럽연합(EU) 법원에 제소하기로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스페인 정부는 단호한 조치를 검토, 수 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르헨 수출 타격-투자위축 우려= 이번 조치로 아르헨티나의 대외 경제관계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EU는 아르헨 최대의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대 EU 수출액은 143억달러, 2010년 대비 28% 늘었을 정도로 교역이 활발했다. 

EU 중에서도 16세기부터 아르헨티나를 개척하고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이 단일국가로는 최대 시장이다. 스페인이 이 사태로 아르헨티나와 일체의 관계를 끊기로 한다면 아르헨티나의 대유럽 수출도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주권을 강조하는 이번 결정이 도리어 해외기업의 아르헨 투자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리스크 전문기관 유라시아그룹의 대니얼 케르너 애널리스트는 "아르헨티나가 게임의 룰을 바꿨을 뿐 아니라 핵심기업의 자산마저 인수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가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야당도 정부의 결정이 "미친 짓"이라며 국제고립만 자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야당 의원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우리와 스페인의 교역과 상호존중, 연대의 역사를 무너뜨렸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