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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경제

급한 불 끈 스페인 “국채금리 고공행진 계속될 것”

19일 장기물 등 올해 국채발행 잔여물량 1246억유로 달해

스페인이 17일(현지시간) 단기국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한데다 19일 장기물 국채발행을 앞두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특히 연말까지 매달 평균 155억 유로 규모의 발행물량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지난달 30일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2012년 스페인의 국채발행 계획물량은 
총 1861억 유로다. 이 가운데 이달 17일까지 발행된 물량은 총 614억6000만 유로이며
연말까지 1246억4000만 유로의 잔여 발행물량이 쌓여있다. 월평균 155억 유로씩 발행해야 하는 셈이다.

17일 단기물 입찰에 성공한 스페인은 오는 19일 2년 및 10년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다.
스페인 재무부에 따르면 목표물량은 최소 15억 유로에서 최대 25억 유로까지다.
이어서 오는 24일 3개월과 6개월 만기 채권이 발행되며 다음달 3일 장기채권 발행도 앞두고 있다.

우리투자증권(005940) 박종연 연구원은 “단기물 입찰이 우호적이어서 19일 예정된 장기물 입찰도 무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채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금리반락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페인 국채에 대한 금리 상승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말까지 대규모 발행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다 경기침체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수요 기반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수요 기반이 약해지는데다 매달 150억 유로의 국채발행이 예정돼 있어 발행 때마다 금리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며 “최근 스페인 은행권의 국채매입 규모가 늘긴 했지만 금리가 급등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상반기 말 예정된 자기자본 비율 확충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매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또 “스페인의 국채시장 불안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가 상승할 때마다 국고채 5년 3.55%를 타깃으로 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게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국채금리 4개월 반 만에 급등세]

ECB, 1조유로 유럽은행에 대출 - 재정 위기국 국채 매입 지원, 자금 지원 멈추자 매수세 끊겨

재정 적자 우려 커져 - 공공부채 25% 차지한 지방정부, 중앙정부 긴축정책에 비협조적

은행 발목 잡는 집값 하락 - "내년까지 15% 더 떨어진다" 스페인 은행 부실 더 커질 듯

17일 30억유로 국채발행 성공 - 스페인 부도 땐 유로존 붕괴… 회원국들 방관할 수 없을 것



  

▲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부의 건강보험과 교육복지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대가“아기레(마드리드 주지사)가 마드리드를 훔친다”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다. 스페인 곳곳에서는 부채 감축을 위한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행히 17일(현지시간)엔 만기 1년짜리 새 국채 30억유로 어치 발행에 성공하면서, 유통시장에서 국채 금리도 5.89%(만기 10년물·현지시간 12시 기준)로 떨어졌다. 이날 일본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600억 달러를 출연키로 약속함으로써, 부도위기 국가들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 지원 능력이 커질 것이라는 희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의 기초체력이 워낙 부실한 상태라서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스페인이 다시 위기에 빠진 원인은 뭘까?

①ECB 자금 지원 멈추자 위기 재발

작년 하반기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금리가 치솟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중에 돈을 쏟아 붓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작년 12월과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1조유로를 3년 만기, 연 1% 저리로 유럽 은행들에 대출해 준 것이다.(LTRO 프로그램) 이 조치는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자금에 숨통이 트인 은행들이 헐값으로 떨어진 유로존 부실 국가 국채를 앞다퉈 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때 연 7%를 오르내리던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금리는 연 4%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 3월 이후엔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자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국가가 발행한 국채 매수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펀드매니저 앤드류 볼스는 "더 이상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걸로 판단한 중개인들이 스페인 국채 거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②개선 안 되는 재정문제

국채 매수세가 끊기면서 스페인의 부실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지난달 2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재정 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4%에서 5.8%로 일방적으로 올려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는 작년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5%를 기록, 목표치인 6.0%를 달성하지 못한 것과 겹쳐 스페인이 재정 적자 문제를 자력으로 풀기 힘들다는 시장의 의구심에 불을 붙였다. FT는 "전임 사파테로 총리가 국제적 신뢰를 잃기까지 4년 가까이 집권했는데 라호이 총리는 그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 4개월도 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전체 공공부채의 25%(1766억유로)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에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 재정 위기 해결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③부동산 값 폭락 가능성

국제 투자자들이 스페인 경제에서 가장 불안하게 보는 이슈는 부동산 시장이다.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2007년 최고점에 비해 이미 25%가량 폭락했지만, 내년까지 15%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소시에테제네럴은행이 전망했다.

스페인 은행들에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큰 짐이다. 작년 6월 말 현재 스페인 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대출한 규모는 3230억유로(약 482조원)에 달한다. 스페인 정부는 이 중 절반이 넘는 1750억유로를 잠재적 부실자산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월 산업생산이 전년보다 5.1% 급감하는 등 스페인 경제는 이미 침체 상태인데, 부동산 값이 더 폭락할 경우 경제가 걷잡을수 없이 추락할 수 있다.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유로존 4위의 경제 대국인 스페인이 국가부도를 낼 경우 유로존의 붕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유로존 회원국들이 스페인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ECB가 3차 LTRO 프로그램을 가동해 다시 돈을 풀거나, 스페인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면서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다. '대마불사'인 셈이다.

또 스페인의 국가부채 규모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70%로 유로존 평균치(88%)보다 낮아, 급한 불을 끄는 유동성 지원이 적절히 이뤄지면 국가부도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LTRO (장기대출 프로그램)

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의 약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은행에 연 1%대 저금리로 3년간 돈을 빌려주는 대출 프로그램을 말한다. 자본이 부족한 은행에 자금을 수혈하고, 은행으로 하여금 재정 위기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미국의 중앙은행)가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QE)와 내용이 비슷하다고 해서 'ECB식 양적 완화'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