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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참관인들 “날인 했는데 왜 없나, 충격”

4·11 총선 서울 강남을 선거구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함이 다량 훼손되고, 투표참관인들 대부분이 투표함 차량에
동행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17일 민주당의 신청에 따라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 투표함과 투표용지 등 증거의 보전 조치에 나선 한편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선거무효소송 채비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이번 투표함 훼손 사태를 선관위의 불법선거관리로 규정하고 자발적으로 '4·11 선관위 불법선거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진상규명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직위해제를 촉구했다.


 [강남을 투표함 훼손 파문]
 "선관위원이 '집에 가도 좋다' 퇴근 권유"… 민주당, 선거무효소송 채비

 

▷강남을 투표함 미봉인 다량 발견 파문=

이번 사태는 지난 11일 저녁 학여울역 강남을 개표소로 가져온 투표함이 봉인·봉쇄 누락, 자물쇠 미봉쇄(개방), 투표구 봉인·봉쇄 누락 등 무려 21곳(17일 현재 정동영 후보측 집계 결과)이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지역은 세곡1동, 대치2동3투표소, 일원2동5투표소, 대치2동8투표소, 대치2동7투표소, 대치4동3투표소, 수서1동, 수서4동, 일원2동2투표소, 대치1동1투표소와 4투표소, 대치4동1투표소, 개포4동4투표소, 개포2동1투표소, 일원본동2투표소와 3투표소, 개포1동5투표소, 재외국민투표함 1개, 우편투표함 2개 등이다.

선거당일 문제를 발견하자 정 후보측에서 개표중지를 요구하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투표구 봉인조차 되지 않은 투표함(왼쪽)과 자물쇠가 잠겨져 있지 않은 투표함. ©정동영 캠프 황유정 비서

장철우 정 후보 캠프 법률지원단장(변호사)는 17일 "전체 투표함 55개 중 21개에서 투입구 미봉인
자물쇠 미송쇄 비롯해 중대한 봉인상의 문제가 발견돼 선거 부정 가능성과, 선거 영향 가능이
농후하다"며 "향후 선거무효소송 제기를 위한 증거보관을 위해 투표함 21개와 투표용지, 
선거인명부,
투표함 열쇠를 포함 모두 11개 항목의 증거자료를 보전신청했다"고 밝혔다.


▷참관인 110명 중 109명 귀가…"선관위서 '가도 좋다' 했다"=

문제는 투표소에서 개표소까지 투표함을 싣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투표참관인 거의 전부가 동승하지 못했다는 데 있 다. 정 후보측 대리인인 장철우 변호사는 참관인들을 일일이 조사한 결과 선관위원들이 이들 110명 중 1명을 뺀 전원에게 '집에 가도 좋다'고 권해 모두 집에 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는 투표참관인이 투표함 운반차량에 동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투표함에 봉인을 하는 것은 투표소에서 개표소로 이동할 때 부정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강남을 투표소의 경우 호송중에 정 후보측 참관인이 없었고, 정작 40%에 이르는 투표함에서 봉인·봉쇄 누락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봉인․봉쇄한 것과 달라…누군가 투표함 손댄 듯"=

투표참관인들은 대부분 봉인·봉쇄를 규정대로 한 것을 봤지만, 개표소에서 훼손된 투표함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투표참관인은 당일 밤 이상호 MBC 기자와 인터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보전신청서에 첨부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다른 투표참관인들도 "투표소에서 투표함은 봉인·날인시 이상이 없었는데도, 개표장에서의 투표함이 자신들이 확인한 것과 다른 것 같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봉인이 되지 않은 투표함. ©정동영 캠프 황유정 비서

정동영 민주당 강남을 후보는 12일 MBC 라디오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에 출연해 "투표함을 이송할 때 참관인을 집에 보내고 태웠다든지 와 보니까 집에 간 참관인이 저희는 분명히 거기 봉인한 것을 확인했는데 도장도 찍고 개표장에 온 그 투표함에는 그게 안 찍혀 있다든지"라며 "그러니까 누군가 손댄 흔적이 (있는데)...설명이 되지 않은 채 강행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13일 "강남 을 투표함 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당에서 증거보전을 신청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은 국가의 기본문제로 반드시 규명한다"고 밝혔다.

▷시민들 "진상규명․이명박 대통령 사과해야"=

시민들이 16일 자발적으로 결성한 '4·11 선관위 불법선거 대책위원회'는 새누리·민주통합·통합진보 3당에 항의서한을 보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할 선관위의 본분을 잊은 불법적 개입이 있었음을 짐작하고도 남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관리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대통령은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직무유기로 직위해제를 해야 하며 △향후 선관위가 투표 완료 후 박스의 밀봉, 개표장까지의 이송과정을 동영상 촬영해 증거물로 보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에 대해 향후 선거와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기구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선관위 "업무처리 미숙…투표부정․불법 없어"=

서울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비판이 거세어지자 해명자료를 내어 투표함 봉인·봉쇄 누락이 업무처리 미숙에 따른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든 실제로든 투표부정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조국래 강남을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은 13일 인터뷰에서 "참관인을 돌려보낸 것은 '동행'이 강제규정이 아니다. 참관인들이 12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기 힘들었을테고, 경찰도 있으니 강제로 동행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미봉인 투표함 문제의 경우 일회용 자물쇠가 꽉 집혀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프를 뜯다가 빠졌거나 밑바닥의 경우 날인도장만 안됐지 다 테이핑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표구 미봉인의 경우 조 계장은 "투입구는 테이프 붙이고 날인해야 하는데, 봉인·봉쇄를 못한채 뚜껑을 덮고 겉에만 봉인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만 투표부정이 개입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입구 미봉인 사례가 강남을 투표소가 4건, 강남갑 투표소가 5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방송 SBS 뿐…신문들 소극적=

언론은 이 사태의 문제점을 알리는데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사건 당일(11일 밤) 방송에서 유일하게 내보낸 곳은 SBS 뉴스 뿐이었고, KBS는 다음날 아침에 단신처리했으며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 신문들은 12일자 한국일보, 경향신문만,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이 이 사건을 비중있게 실었을 뿐 선거 이모저모의 한 사례로만 언급하거나(국민일보·동아일보) 사진기사(조선일보)로 처리한 곳을 제외하곤 아예 게재하지 않은 곳도 태반이었다. 이후 투표참관인 거의 전원이 투표함 보관 차량에 동승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역시 어느 언론도 속보를 내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용진 KBS 전 탐사보도팀장은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나 투표함 상태 등이 규정에 맞지 않았거나 부실했다면, 이동과정 등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집중 취재를 하는 것이 옳다"며 "선거가 끝났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안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자체를 안하는 것은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