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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대란 조짐...'아침부터 싹쓸이'


우유대란 조짐...'아침부터 싹쓸이'



“항상 흰 우유로 꽉 차 있던 유제품 코너가 언제부터인지 듬성듬성하더라고요. 오후 늦게 가면 흰 우유 1000㎖ 제품은 아예 찾을 수가 없어서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때도 잦아요”(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주부)

우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구제역 여파에 더불어 여름철 젖소 원유생산량 감소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러다 우유 대란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금요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이마트 용산 역점. 항상 1000㎖짜리 흰 우유가 상품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던 유제품 코너가 휑하다. 우유를 사기위해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텅 빈 우유 코너에서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한 일반 흰 우유 상품은 개점 1시간 만인 오전 10시 반에 아예 동났다. 이마트 용산역점의 유제품담당 관계자(PM)는 “오전 10시 개점에 앞서 S우유 100개를 매장에 진열했는데 벌써 다팔렸다”면서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아침에 싹쓸이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그동안 즐겨먹던 저렴한 상품이 없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이 비싼 유기농 우유를 사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왔다고 밝힌 한 주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셋이나 있어서 집에서 우유가 떨어지면 큰일이 난 줄 안다”면서 “오후가 되면 흰 우유 1000㎖ 상품을 보기 어려워서 일찍 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즐겨 마시던 커피맛 우유도 어느 순간 유제품 코너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이마트 용산역점 유제품 코너에 우유 제품이 부족한 이유를 설명하는 '쇼핑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1000ml 용량, 1500원짜리 흰우유 상품이 부족하다.
흰 우유 수급이 원활치 않다 보니 대형마트 우유담당자들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 용산역점의 한 관계자는 “가격대가 저렴하고 인기있는 우유상품을 경쟁마트 사람들이 와서 뭉텅이로 사간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어차피 마트마다 유가공업체로부터 똑같이 배당을 받는 상황에서도 은근히 경쟁이 붙는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올초 구제역 발생으로 원유 평균 생산량이 10~15% 감소한 여파가 여름철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게다가 국내 젖소는 더위에 약해 여름철 원유 생산량이 평소보다 5~10%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구제역에 여름철 계절적 특성까지 겹치면서 우유 수급이 힘들어졌다는 것.

또 다른 담당자는 “지금은 초등학교가 방학한 상황이라서 우유 수급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개학하는 9월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흰 우유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마트에서는 우유는 물론 치솟는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중국 북경에서 얼마 전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밝힌 한 주부는 “1년 만에 서울에 돌아와 보니 먹을거리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깜짝 놀랐다”면서 “우유는 물론이고 호박에서 수박까지 안 오른 품목이 없는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출처:Chosu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