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 억제" vs "11년만에 이중과세 부활"

민주통합당 재벌세 추진

차입금 이자도 비용인정 못해 "현금없는 기업 투자 말란 얘기"

 

민주통합당은 29일 고강도 재벌개혁카드를 꺼내들었다. 계열사 보유에 따른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재벌세 추진과 10대 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이 골자다. 한나라당이 경제민주화를 강령에 신설하며 대기업 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여당보다 강력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다분히 4월 총선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행보의 성격이 강하다. 

재벌세는 법인세법 개정 등을 통해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이 재벌세를 추진하면서 내건 이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무분별한 계열사 늘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유종일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계열사 과다보유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재벌세’ 부과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재벌개혁은 시장경제 원리 부정이 아니라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재벌도 선제적으로 혁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과 함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기업 계열사 주식 보유분에 대한 배당소득에 익금불산입(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이중과세하겠다는 뜻이다. 기업은 세금을 내고 남은 순이익에서 배당을 한다. 따라서 배당받은 개인(소득세)이나 법인(법인세)에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동일한 과세표준(이익)에 대해 두 번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법인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이중과세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1999년, 일반법인에 대해서는 2000년 법 개정을 통해 출자 자회사의 주식 배당소득을 익금불산입할 수 있게 했다. 즉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게 해준 것이다. 일반법인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은 2001년(귀속분)부터 시행됐다. 

민주통합당이 이번에 들고 나온 ‘재벌세’는 이 같은 조치를 11년 만에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정책적 의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세금은 공감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으로 부과해야 한다”며 “이중과세가 명확한 배당소득 과세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 투자를 위한 차입금 이자를 비용(손금)으로 불인정하겠다는 것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투자는 시설투자금 확보나 고용 확대 등 경영상의 합리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규제’를 위해 일괄적으로 조세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실제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돈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억지”라며 “자체 보유 현금이 없는 기업은 이제 사업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재벌세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계열사를 많이 거느릴 경우 과세 부담을 대폭 늘린다는 민주당의 대기업 개혁 방안을 통칭하는 용어. 모기업이 자회사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을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살 경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은 세법상 ‘비용’ 항목에서 제외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