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미FTA 50일… 中企,원산지 증명에 한숨
美, EU와 달리 한국에 직접 실사 가능… 3·4차 영세 협력업체 실수에도 큰 피해
세금·재무 등 전산화해야… 중소기업엔 엄청난 부담
정부 상담센터 개설… 관세사 몇 명 배치뿐
"충분한 준비 없이 발효 밀어붙인 탓" 비판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는 1996년 멕시코에 있는 자회사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수입했다.
포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원산지 증명서를 미국 세관에 내고 특혜 관세 적용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미국 세관은 포드가 제출한 원산지 증명서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포드 측은 "해외 수출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자료"라며 제출을 거부했고, 미국 세관은 자료 제출 거부 및
자료 보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벌금 4,100만 달러를 부과했다. 포드는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2007년 이를 기각했다.
한미 FTA 발효 첫날인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한·미 FTA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머지 않아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며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복병으로 원산지 증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문을 열고 오면 관세 혜택을 주겠다'며 우리에게 복잡하게 얽힌 열쇠 꾸러미를 던져 준 것"이라며 "문을 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데, 열쇠 찾기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원산지 증명은 일단 규정자체가 복잡하다. FTA에선 체결 당사국에서 만든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야 관세혜택을 주고 있는데, 자동차만 해도 수만가지 부품의 원산지를 일일이 따지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핵심부품인 엔진안에는 또 다른 부품이 들어있고, 그 부품들 역시 더 작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걸 다 증명하기란 정말로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미국쪽규정이 다르고, EU쪽규정이 달라 기업들로선 혼선이 클 수밖에 없다. 규정이 복잡한 만큼 갖춰야할 자료만도 제품코드(HS코드)를 비롯해 수십가지에 이른다. 관세청관계자는 "세금, 재무, 회계, 인사 등 모든 분야의 데이터를 전산화하고 이를 최소 5년 동안 보관 관리해야 한다"며 "최소한 전담 직원 혹은 전담 팀이라도 있어야하지만 중소기업들로서는 이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류만 미국 측에 보낸다고 해서 끝나는건 아니다. FTA 규정상 미국측은 서류 검토 후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한국으로 건너와 수출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할 수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EU FTA의 경우는 EU 측이 이상이 있다고 판단해도 일단 우리 관세청을 통해 간접 실사를 진행하지만 미국은 직접 실사를 진행할수 있게 돼 있다"며 "관세, 회계, 데이터 등 최고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며칠씩 진행하는 실사라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기업은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협력업체부터 완성제품 제조업체까지 단 하나의 실수도 큰 화를 불러올수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영세한 3,4차 협력 업체들이 '설마 우리까지 확인하겠어'하며 절차를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가는 1,2차협력업체, 완성품 회사까지 피해를 입을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수십억원을 들여 1차협력 업체 200여곳에 원산지 증명 관련 시스템을 깔아 주고, 전문 컨설팅 회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그렇다고 모든 협력업체를 일일이 관리하고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걱정"이라고 밝혔다. 섬유 분야는 정반대다. 유환우 대구섬유직물협동조합 상무는 "양말 하나에도 수십가지 실을 쓰고 있는 데다, 대부분 섬유 회사들은 중국 등 해외에서 원재료를 많이 싸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국내 대기업의 원사를 사다 쓰고 국내에 생산 공장을 어느 정도 갖춘 몇몇 기업만 FTA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충분한 준비없이 FTA를 너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인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시욱 명지대교수는 "아세안, 칠레 등 그동안 FTA를 체결한 상대방 나라들은 관세 절차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았고 때문에 원산지증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반면 EU나 미국은 상황이 다른데도 정부가 원산지 증명의 심각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조차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 기업들의 애로와 항의가 빗발치자 현재 무역협회, 관세청, 중소기업청, 각종 지방자치단체 등이 원산지증명을 위한 상담센터를 개설했지만 대부분 관세사 몇 명을 배치해 두는게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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