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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사회

취업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은?

취업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은?

   경매정보 사이트 유료회원 20∼30대 절반 차지
   취업난에 컨설팅업체 등 ‘고수익 투자처’로 눈길
   전문가 “단기간 수익내기 어렵고 위험 부담 커”


"경매 나온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직장생활보다 낫다고 하던데요." 지난 26일 오전 법원 경매가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별관 211호. 법정에 모인 10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찰 결과를 지켜보는 가운데 20∼30대 젊은이들도 30명가량 눈에 띄었다.
이모(32·여)씨는 지난해 아파트를 낙찰받았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다시 압류된 경험을 하고도 꾸준히 경매 법정을 찾고 있다.
 "한 번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낙찰을 자신한다"던 이씨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실패였다.
이씨는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부동산을 싼값에 얻는 데 경매만 한 게 없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젊은 층이 법원 부동산 경매에 몰리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에 빠진 젊은이들이 취업 대신 '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는 법원 경매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9일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 사이트 유료 회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간 45%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간 40만∼100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전문정보를 구독하는 사람들의 숫자. 결국 '법원 경매 실수요자'의 절반 가까이가 젊은 층이라는 뜻이다.


이날 경매 법정에서 만난 대학원생 정모(32)씨는 "(경매 강의에서) 취업보다도 전망이 좋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환상"이라며 이 같은 '경매 열풍'을 우려했다.
실제 경매 법정 주변에서는 젊은 층의 부동산 경매 투자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임을 보여주는 장면이 쉽게 목격됐다. 법원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매 대출' 명함은 자본금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아 투자하라'고 유혹한다.
김모(28)씨는 "낙찰가의 70∼80%를 대출받으면 2000만∼3000만원만 가지고도 1억원짜리 부동산을 살 수 있다"며 "10억원대가 넘는 큰 규모는 여러 명이 대출금을 모아 공동투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추락으로 낙찰받은 물건이 팔리지 않거나 동업자들과 관계가 틀어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 된다. 지지옥션 남승표 선임연구원은 "경매가 대중화된 만큼 경쟁이 많아져 싼값의 물건을 낙찰받아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아가며 4%가 훌쩍 넘는 높은 이자를 감당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경매를 배우면서 고수익을 올린다'는 경매 컨설팅 업체에도 젊은 층이 몰리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찾기 어렵다. A(29)씨는 취업이 안 돼 고민하던 중 '실적에 따라 연수익 6000만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말에 매료돼 경매업체에 입사했다.
그러나 A씨는 "기본급 없이 입찰 건당 수당을 받는 구조라 3개월째 한 푼도 벌지 못했다"며 "직원 절반 이상이 20∼30대인데, 실적 한 건도 못 올리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업경매사 조모(34)씨는 "경매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고작 한두 명 정도가 생활비 걱정 없을 정도의 수익을 낸다"며 "직장생활보다 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