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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업비 공개` 설계사 수당까지 손대나


서울에 사는 주부 김 모씨(52)는 지난해 변액보험에 신규 가입했다. 설계사는 한 달치 보험료를 대납해
주겠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보험료 20만여 원을 내지 않은 김씨는 보험료를 절약했다며 좋아했지만 설계사 수수료가 월납보험료의
최대 5배인 100만여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속은 느낌이 들었다.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 후폭풍으로 금융당국이 변액보험의 사업비를 전면 공시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계사 수수료 체계가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신규 보험계약 수수료는 월납보험료의
최대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의 근속 연수, 보험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월납보험료의 2~5배 정도"라고 말했다. 


  `보험 사업비 공개` 설계사 수당까지 손대나 
  금감원,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에 수수료 체계 개편키로 
 

 물론 이 금액을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한번에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당국 지침에 따라 수수료 총량은 그대로 두되 이를 7년에 나눠 지급하는 신계약 수수료 분급제를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신계약 수수료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설계사들조차 수수료로 얼마나 받는지 가입자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국내 보험의 경우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해외 보험사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인 사업비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16개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액보험 미스터리 쇼핑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52.2점으로 나타났다. 21가지 점검 항목 가운데 특히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적합한 변액보험 권유`는 9.7점(100점 만점), 펀드 변경 횟수와 수수료 등 상품에 대한 안내는 26.7점(100점 만점)을 기록해 낙제 수준이었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에 만연한 불투명성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고자 설계사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윤수 금융위 보험과장은 "공시 시스템을 통해 변액보험 사업비를 투명하게 알리면 결국 사업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비란 신계약 수수료, 보험계약 유지비용, 인건비 등 보험영업 과정에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변액보험은 이 같은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만이 특별계정 펀드로 흘러들어가 운용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비가 얼마인지 알리지 않고 펀드 수익률만 공개해 왔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경영난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채널의 주된 수입원이 수수료인데 사업비를 공개할 경우 신계약 수수료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로써 보험사들의 경영난이 불보듯 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 생보사의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와 설계사들은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라며 "제조업에서도 원가를 공개하는 곳은 극히 드문데 초장기 금융상품의 사업비를 공개하는 게 과연 적절한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진익 보험연구원 경영지원실장은 "불투명한 공시 시스템을 개선해 보험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면 설계사들 처지에서도 계약 건수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