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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女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길래" 경찰이 또

"신고女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길래" 경찰이 또…

해남 40대女, 내연남과 함께 숨진채 발견


지난 5일 오전 3시 42분쯤 전남 해남경찰서 상황실에 112 전화가 걸려왔다.

40대 여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어~ 바위천국 앞에, 교동 바위천국 앞에 와주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상황실 직원은 정확한 위치와 용건을 물었지만, 이 여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 연결 시간은 33초였으며, 실제 통화 시간은 18초였다. '바위천국'은 해남군 황산면의 자원바위
주변에 정자와 산책로, 인공폭포 등을 조성해 꾸며놓은 공원이다.


그러나 해남경찰서 상황실은 신고자 목소리가 차분하다는 이유로 '3자 통화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구축된 이 시스템은 112 근무자가 버튼만 누르면 신고자와 119가 함께 연결돼 신고자의 위치를 단번에 추적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살인·강도·성폭력·납치 등 강력사건'이라고 판단할 때는 가동하게 돼 있다.

해남경찰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112 위치추적법이 6개월 뒤 발효될 때까지 이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자의 목소리가 침착했고 위험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이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신고자가 숨지는 상황이 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직후인 3시 43분 바위천국에서 8㎞ 떨어진 황산파출소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순찰차의 경찰관 2명은 지난달 늑장대응으로 질타를 받은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을 의식해 새벽임에도 공원 입구에서 100m 떨어진 민가까지 탐문하는 등 일대를 수색했으나 신고자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10여 차례 신고자에게 휴대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에도 실패했다.

경찰은 현장 도착 후 14분이 지난 4시 4분쯤 공원 입구에서 1㎞가량 떨어진 해남군 황산면의 한 창고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발견, 곧바로 119에 연락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이 화재로 112 신고자 문모(여·45)씨가 창고 내 숙소 출입구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있었던 내연남 이모(54)씨도 중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6일 오전 7시쯤 숨졌다. 위치추적을 하지 않은 경찰이 신고자를 찾아 헤매는 사이, 문씨가 내연남 소유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인화물질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돼 이씨의 방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씨와 함께 자기 술집에서 다툼을 벌이다 이씨가 휘두른 술병에 이마를 맞았고, 5일 오전 2시쯤 함께 술집을 나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이 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마 상처 외에 문씨 머리 뒷부분에서도 외상을 발견했다. 경찰은 "화재 이후 파편에 맞아 생긴 상처일 수도 있다"며 "이씨가 문씨를 살해한 뒤 불을 질렀는지 추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