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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캘퍼에 전용선 제공은 무죄

스캘퍼에 전용선 제공은 무죄
증권사 한숨 돌렸지만 파생시장 위축 불가피
"ELW는 구조적으로 투기적 개미손해 증권사 책임없다"


검찰이 `ELW 부정 거래 사건`과 관련해 기소한 첫 사건의 판결이 무죄로 나오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수사와 공판 과정을 통해 "일반투자자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도록 스캘퍼들에게 우월한 수단을 제공했고, 이 때문에 `제로섬 게임` 성격을 갖는 ELW 시장 성격상 일반투자자의 손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해왔다. 서버나 가원장 체크 등 절차를 간소화해 거래 `속도`를 높이는 편의를 제공했는데 이는 곧 자본시장법에서 금하는 `부정한 수단` 제공 행위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증권사 측은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실제로는 극히 미미하고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나서서 제재하지 않았던 점, 거래소에 직접 연결시켜주는 직접전용주문(DMAㆍDirect Market Access)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점으로 볼 때 혐의가 없다"고 맞서왔다. 

◆ 증권사 측 주장 대부분 수용 

이번 판결에 비춰볼 때 재판부는 증권사 측 주장을 거의 전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우선 "ELW 시장이 구조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며 문제의 원인을 `속도`보다는 `시장 구조`에서 찾았다. 재판부는 ELW 시장에 대해 "투기적 시장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외국인ㆍ기관투자가 참여가 극히 드물고 금융당국의 자료에 나타났듯 스캘퍼의 참가와 관계 없이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스캘퍼에게 제공된 전용 서버나 매매 알고리즘, 가원장 체크 등 검찰이 주장해온 `특혜` 역시 "현행법으로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편의나 속도 차이가 개인투자자의 이익을 빼앗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였다. 

이례적으로 재판부는 `ELW 시장의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명백한 불법 행위는 형사처벌로 엄단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정책적ㆍ행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DMA 서비스의 허용 범위와 속도 차에 대한 허용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것 △허용 범위 내에서 투자자의 접근 기회를 보장하고 속도 관련 서비스 기준을 정할 것 △무엇보다 ELW 시장의 구조적 요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을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 시장규제 강화 가능성 

증권사 대표들의 기소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만큼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파생상품 시장 위축은 한동안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DMA 지속 가능성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고객이 증권사 시스템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거래소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다. 촌각을 다투는 파생상품 투자자에게 거래 시간을 줄이는 서비스는 필수요소다. 증권사는 주요 파생상품 투자자에게 DM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IB)은 대부분 DMA를 활용한다. DMA는 큰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선 제공이란 측면에서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제공한 편의와 맥이 닿는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사장이 기소되면서 증권사들이 ELW에서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DMA에 대한 기존 법적 규제가 별도로 없던 상황에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 기회에 DMA에 대한 관련 규제가 정립돼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금융당국이 ELW 논란을 계기로 시장 규제를 강화할까 걱정하고 있다. ELW 사태의 여파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연계증권(DLS), FX마진거래로 꼬리 물기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파생상품 시장에 손을 대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 사업구조에 대한 반성론도 

증권가의 현재 사업 구조에 대한 반성론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스캘퍼 유치 경쟁의 원인은 시장점유율 제고였다. 거래 규모가 큰 스캘퍼를 유치하면 단숨에 위탁 매매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위탁 매매 수수료가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스캘퍼 유치 매력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애초에 증권사들은 스캘퍼들에게 무상으로 전용선을 제공했다"고 털어놓았다. 

증권사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무죄를 높게 점쳤지만 만에 하나 모를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