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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유 수입량 82% 지나는 길목서 美·이란 대치

이란, 美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유유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자…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4척의 항모를 파견했고, 그 중 1척인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22일 유유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바로 다음날 이란산 원유의 20%를 흡수해 온 유럽연합(EU)은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한 징벌 차원에서 이란산 석유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EU의 금수(禁輸) 조치가 시작되자 전날 링컨호의 해협 통과를 조용히 지켜봤던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부당한 제제와 협박 같은 방법은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이 조치가 이란의 (핵) 권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쉬마톨라 팔라하피셰 의원은 “이란은 전략적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권리가 있다”면서 “EU의 추가 제재로 봉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경고했다. 
 





 ▲ "지난해 리비아 사태 때 리비아의 원유 수출(하루 150만배럴)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만으로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뛰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1700만배럴이다.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경제는 곧장 패닉에 빠질 것이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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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국방장관은 4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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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집착하는 이유는 페르시아만(灣)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너비 50km의 좁은 해역인 이곳을 전 세계 유조선의 35%가 통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중동산 원유도 80%가 이곳을 통과한다.


하지만 이란이 위협처럼 호르무즈를 봉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미국은 제5함대 소속의 존 스테니스호와 칼 빈슨호를 인근 해역에 배치했으며, 링컨호도 소환했다. 또 미 본토에 있던 엔터프라이즈호에 3월 호르무즈 해협 통과명령을 내렸다. 미군이 보유한 항모는 총 11척. 36%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화력이 모인 것이다. 22일 링컨호 전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군함이 합류했다. 3국 연합 함대가 이란 본토에 바짝 붙어 항해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란은 계속되는 서방의 제재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듯했지만, 일단 미국의 항모 전단이 해협을 통과하자 의미를 애써 격하시키며 조용히 넘겼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부사령관은 “미국 군함들과 병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걸프해역과 중동에 배치됐다”면서 “새로운 군함을 이 지역에 급파한 것은 뉴스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군 관계자는 “호위순양함과 구축함 등 항모 전단과 함께 해협을 통과한 링컨호를 가로막는 배는 없었다”고 했다.
 

 지난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모여 나란히 항해한 스테니스호(왼쪽)와 링컨호/출처=데일리메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수조치가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영국 채텀 하우스의 폴 스티븐스 교수는 “미국과의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대신 각종 테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금수조치에 대해 “원유 금수 조치는 역사적으로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는데 EU 지도자들은 그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EU 금수조치 합의 전에도 영국·프랑스·독일 등 강경파와 이탈리아·스페인 등 온건파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일간 내셔널 포스트도 “일본이나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적극적으로 금수조치에 동참한다면 이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금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