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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펀드 믿었다 깡통 차겠네…“갈아타자” 환매 러시

 
적립식펀드 믿었다 깡통 차겠네…“갈아타자” 환매 러시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증권·운용사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라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하면 코스트 애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를 누린다는 게 핵심논리다.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적게 사고,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많이 사면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진다. 한 번에 목돈을 투자한 뒤 추가 불입 없이 만기 때까지 기다리는 거치식 투자보다 시장 변동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최소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단기간에 벌어질 수 있는 급등락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적립식 장기 투자가 수익을 가져다주는 요술방망이인 듯 맹신해선 곤란하다. 펀드 수익률을 보면 그 사실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최근 3년간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적립식펀드는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으로 -11.15%를 기록했다(2월 24일 기준). 그러나 이 펀드를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6.97%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우리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적립식으로 돈을 넣었다면 3년 동안 3.85% 손해를 봤겠지만 거치식 투자를 했다면 31% 수익을 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을 3년 전 거치식으로 투자한 뒤 기다렸다면 73%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기다린다. 반면 적립식만 믿고 매월 돈을 넣었다면 3년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고작 2%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매경이코노미는 최근 3년간의 적립식과 거치식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보고 올바른 펀드 투자법을 다시 짚어본다.  

적립식·거치식 이렇게 차이 나나
같은 펀드인데(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 수익은 90%(거치식) vs 2% (적립식) 




딱 3년 전인 2009년 2월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당시는 금융위기 여파로 주가가 대폭락한 뒤 바닥권에서 맴돌던 때였다. 한때 2200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던 코스피지수는 2009년 2월 27일 1145까지 무너졌다. 이때 여윳돈이 좀 있었던 투자자가 거치식으로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 투자했다고 치자. 투자기간 3년이 된 올해 2월 그는 90% 넘는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적립식 방식을 선택한 뒤 매월 일정액을 납입했다면 손에 쥐는 돈의 규모는 확연히 달라진다. 적립식 3년 투자 수익률은 고작 2.5%로 은행 이자는 물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적립식은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데 왜 이렇게 수익률이 형편없는 걸까. 

코스피지수 모양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수익률이 좋아질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 주가가 떨어지다 다시 올라가는 경우다. 이때야말로 적립식이 위력을 발휘할 때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져 상승할 때 거치식보다 이익이 커진다. 비유하자면 싸게 모아서 크게 버는 것이다. 둘째, 하락장에서 손실 폭이 거치식보다 낮다. 이 역시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져서다. 그러나 주가가 쭉 오르는 상승장에서는 거치식 수익이 적립식보다 낫다. 200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간의 등락은 있었지만 2000선까지 꾸준히 올랐다. 이 경우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면 꾸준히 비싸게 주식을 사는 격이다. 낮은 가격에 왕창 먼저 주식을 사들인 거치식 수익률이 적립식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지수가 올랐다가 떨어지는 때도 거치식이 승자다. 적립식을 비유하자면 조금씩 먹고 크게 깨지는 셈이다. 이러하니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항상 나을 것이라는 믿음은 맞지 않다. 

환매시점이 수익률 좌우 

최혁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998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판매된 4400여개 펀드를 대상으로 적립식, 거치식, 매입 후 보유(절반만 거치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위험이 전혀 없는 자산에 투자) 등 3가지 투자방식으로 나눠 성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적립식 투자가 항상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 교수는 논문에서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발휘해 과거 아무리 싸게 주식을 많이 담았더라도 훗날 되팔 때 주가를 알 수 없어 적립식펀드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매입 후 보유전략(거치식 50%+무위험 자산 50%)이 적립식보다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체 투자금 1200만원 가운데 600만원만 거치식으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전자산에 넣어두는 전략(매입 후 보유)이 매월 100만원씩 12개월간 투자하는 전략(적립식)보다 위험도가 낮을 수 있다. 무조건 길게 투자하면 이길 것이라는 우직한 투자원칙도 한 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상승장 또는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장에서는 적립식으로 오래 돈을 넣어두면 더 손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익이 나면 실현한 뒤 다시 투자하고,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보라고 조언한다. 투자기간 1년에 목표수익률을 10%로 정했다고 가정해보자. 1년 뒤 수익률이 10%를 넘으면 펀드를 환매해 이익이 난 만큼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나머지 돈으로 다시 적립식펀드 투자에 나선다. 

한 펀드 전문가는 “펀드는 환매의 예술이다. 특히 적립식은 환매 시점이 수익률을 좌지우지한다. 꾸준히 오르다 하락의 기미가 보일 때 팔면 수익률이 가장 좋다. 은행이나 증권,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당장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어 앞장서 펀드를 환매하거나 비중을 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적립식펀드 3년 수익률
삼성증권주ETF(상장지수펀드) 최하위 수익률 -11% 

국내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17.3%다. 매달 24일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은행이자가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거치식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3년 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이 아닌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평균 90.3%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미래에셋 하위 10개 중 4개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446개(설정액 100억원 이상) 중 205개가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친다. 하위 10위권 펀드를 살펴보면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특정 섹터의 주가흐름에 완전히 의존하는 인덱스펀드는 주가가 하락할 때 대응하기 어렵다.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일반 액티브펀드(잠깐용어 참조)보다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는 어떤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를 고를지가 투자의 핵심이다. 

최근 3년간만 놓고 보면 증권과 은행 상장지수펀드(ETF)가 매우 저조하다. 증권주 ETF인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펀드는 적립식, 거치식 모두 저조한 성적을 보이며 수익률 꼴찌라는 굴욕을 당했다.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3년 수익률이 -11.15%다. 적립식은 무조건 수익이 날 거라는 일반인들의 통념을 깨버렸다. 거치식도 6.97% 수익률로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해는 면했다. 사봉하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팀장은 “ETF는 해당 업종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간다. 예를 들어 증권을 벤치마크로 삼는 ETF라면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비중을 그대로 반영한다. 증권과 은행업종은 지난 3년 동안 주가가 떨어져 수익률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주 ETF의 성과도 좋지 않다. 미래에셋맵스TIGER은행증권상장지수펀드와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펀드의 3년 적립식 수익률은 2%대다. 증권 ETF와 다른 점은 거치식 수익률이 무려 9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거치식과 적립식 수익률 차이가 이처럼 큰 이유는 은행업종 주가흐름과 연관이 깊다. 은행업종 주가는 2009년 2월부터 2009년 8월까지 6개월 만에 2배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따라서 2009년 2월 저점에서 은행 ETF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금 수익률은 높게 나온다. 적립식의 경우 은행업종 주가가 2009년 초반에 급격히 상승한 이후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해 누적금액상 수익이 발생하지 못했다. 

하위권에 머무른 액티브펀드는 주가가 부진한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경우다. 3년 적립식 수익률이 -3.85%인 우리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C1은 녹색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지역에 있는 조선, 기자재, 풍력 등과 관련된 중소형 기업에 50% 이상 투자했지만 주가가 부진하면서 3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하이중소형주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1[주식]C-F는 2%대 수익률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중소형주플러스는 지난해 성적이 좋게 나왔지만 그 전에는 부진했다. 1년 바짝 수익률이 잘 나온 것만으로 3년 수익률이 좋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 부진이 눈에 띈다. 하위 10위권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가 4개나 들어 있다. 하위 20위권 내로 범위를 넓히면 12개가 미래에셋 펀드다. 적립식으로 투자했을 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3년 수익률 평균은 7.97%, 5년 수익률은 14.18%에 불과했다. 은행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국내 주식형 전체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설정액이 7000억원이 넘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2(주식)종류A의 3년 적립식 수익률은 3.03%,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K-2(주식)C5는 4.61%를 기록했다. 한 운용사 관계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펀드매니저도 자주 교체되면서 운용실적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교체는 일관된 운용철학을 유지하기 어려워 부진한 수익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더 나쁘다. 적립식펀드 3년 평균 수익률은 7.73%, 5년은 2.92%에 불과하다. 268개 펀드 중 34개의 3년 적립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1[주식]A는 -27.7%를 기록했다. 대체에너지 관련주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 실적이 특히 부진했다.  



수익률 안 좋은 펀드 정리하고 재가입 

군계일학의 성적을 보여준 적립식펀드들도 많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1위는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펀드로 3년 적립식 수익률은 81.29%, 거치식은 349.25%에 달한다. 2008년 초 상승세 이후 부진했던 증권·은행업종과 달리 자동차업종 주가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고 이는 고스란히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펀드 수익률로 이어졌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밖에도 10위권 내에 3개의 펀드나 이름을 더 올렸다. 3개 모두 삼성중소형FOCUS펀드 시리즈로 모두 36~38%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른 성적을 보였다. 삼성중소형FOCUS펀드는 중소형주와 함께 대형주에도 일부 투자해 플러스알파 수익률을 노린다. 이 펀드는 지난해 8월 판매를 잠정 중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판매 중단 이유는 중소형주 특성상 자산 규모가 커지면 초과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다른 상위권 펀드인 알리안츠Best중소형펀드도 설정자산이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판매를 중단했다. 

이연주 에프엔가이드 펀드평가팀 연구원은 “거치식과 적립식은 기준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난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이었을 때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거치식이 적립식보다 수익률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고점일 때 투자한다면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적립식 투자의 포인트는 주가가 단기간 올랐을 때보다는 하락할 때 가입하는 데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3년 전인 2009년 2월 말과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금을 비교하면 당연히 거치식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없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약 900포인트대로 거의 저점 상태였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저점을 판단해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떨어지면 펀드에서 돈을 빼고 거꾸로 꼭지에 다다를 때쯤 투자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안정성이 높은 적립식 투자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지금처럼 많이 올라간 시점에선 적립식 투자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3년 이상 장기간 투자해온 투자자라면 수익률이 낮은 펀드는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배성진 애널리스트는 “적립식 투자라 하더라도 적립금액이 커지면 적립식의 효과가 사라진다. 요즘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무조건 보유보다는 환매 후 재가입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액티브펀드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이고 과감한 종목 선정과 운영방식을 통해 시장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