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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랜차이즈의 덫 ‘인테리어’…비용 뻥튀기로 가맹점주 족쇄

   [이슈] 프랜차이즈의 덫 ‘인테리어’…비용 뻥튀기로 가맹점주 족쇄 

 “우리 부부가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꼬박 일하고 한 달에 순수입으로 700만원을 가져가요. 어느 날 본사에서 재계약할 때가 왔다면서 인테리어를 새로 바꾸라고 하는데 예상견적이 1800만원이나 나왔어요. 2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죠. 고작 33㎡(10평)에 불과한데 평당 인테리어비가 180만원이 된다고 하면서요. 계산해 보니 1년에 900만원, 월 75만원이 인테리어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에요. 매달 월수입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본사가 떼어가는 건데, 못 하겠다고 하니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한다고 통보하더라고요.” 


5년 전 은퇴 후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얼마 전 재계약을 포기한 김상호 씨(가명) 부부의 얘기다. 초기 3년 계약을 할 때만 해도 별말 없던 본사가 2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인테리어 교체를 강요하는 바람에 김 씨 부부는 고심 끝에 폐업을 결정했다. 가맹본부의 횡포가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 하지만 인테리어 교체와 가격 부풀리기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는 여전하다. 

 인테리어 외에도 기계장비 교체 요구 

가맹본부의 횡포는 다양하다. 원하지 않는데도 매장 리뉴얼을 강요하거나 특정 인테리어 업체를 지정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비용의 대부분을 대리점에 전가한다는 것도 고전적인 수법이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자 요즘엔 인테리어 비용을 뭉뚱그려 책정해 가맹점주가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게 만든다. 대부분 가맹본부는 인테리어 비용을 ‘3.3㎡(1평)당 ○○만원’ 식으로 제시한다.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의 창업비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방법이지만 거꾸로 창업비를 뻥튀기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33㎡ 규모의 작은 매장이라고 해도 주방과 홀의 평당 인테리어 비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매장이 커질수록 그 비용 차는 더 커지기 때문에 가맹본부가 제시하는 평당 인테리어 비용은 최소 비용보다 최대 비용 쪽으로 평균 계산돼 제시된다”고 말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가맹본부는 구체적인 세부내역을 밝히는 게 기본인데, 이마저도 없이 평당 인테리어 비용만 제시하고 가맹점주를 모으는 곳이 허다하다.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평당 인테리어 비용이 200만원이 들어도 그 절반인 100만원으로 최소 조건을 맞추고 이윤을 남긴다. 직원들에게 암암리에 40% 할인된 가격으로 인테리어를 해주면서도 비용을 남기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라고 귀띔했다. 

유명한 브랜드의 프랜차이즈일수록 그 횡포는 심하다. 손쉬운 기본 인테리어도 자체 공사를 인정하지 않고 본사 지정 업체를 선택할 것을 강요한다. 전면 인테리어 교체가 여의치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BI·Brand Identity)를 바꿔 인테리어 부분 변경을 유도한다. 

이뿐이 아니다. 기계장비도 주기적으로 바꾸거나 구입하도록 해 가맹점주를 괴롭힌다. 심지어 고장 없이 작동되는 냉장고나 프라이어, 오븐 등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할 것을 종용한다. 업소용 냉장고, 오븐만 해도 대당 적게는 200만~500만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상에 이런 내용을 만들어 놓고 처음에 예비 창업자에게 대충 알려주고 재계약 시 이런 내용을 근거로 가맹점주를 압박한다”고 전했다. 



공정위, 프랜차이즈 횡포 제동 

4월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지역 보호와 매장 리뉴얼 문제에 관한 모범거래기준안을 마련한 것도 가맹본부의 횡포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서다. 앞으로 파리바게뜨(SPC), 뚜레쥬르(CJ푸드빌) 등 일정 규모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는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내 신규 점포를 열지 못한다. 또 가맹점들이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간판을 교체하는 등 리뉴얼할 경우 비용의 20~40%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과·제빵 분야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했다. 최근 취업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으로 일반 서민들의 창업형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맹본부의 횡포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분쟁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 발생건수는 2008년 291건에서 지난해 733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등록 가맹점 수는 17만여개로 2008년에 비해 6만2000여개 늘어났다. 

모범거래기준에 따르면 기존 점포에서 반경 500m 안엔 새로 매장을 내지 못한다. 무분별한 출점은 고스란히 기존 가맹점주의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단 이 규정은 기존 매장까지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대신 기존 사업자가 폐점한 뒤 다른 사업자가 들어갈 땐 500m 규정을 지켜야 한다. 3000가구 이상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철길, 왕복 8차선 이상 도로로 상권이 구분되는 경우엔 가맹점 동의를 받은 뒤 열 수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매장 리뉴얼도 함부로 요구할 수 없다. 매장을 이전·확장할 땐 비용의 40%, 그 외 일반 리뉴얼엔 20% 이상을 가맹본부가 지원토록 했다. 또 영업을 시작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리뉴얼 공사를 원칙적으로 막았다. 이와 함께 리뉴얼할 때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특정 업체와의 거래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리뉴얼을 거부한다고 계약갱신을 해주지 않는 행위도 금지했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리뉴얼 강요는 가맹점주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행위로 리뉴얼 뒤 매출이 늘어도 결국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은 본사만 이득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문을 닫은 프랜차이즈 빵집 23곳 중 14곳(61%)이 리뉴얼을 강요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모범거래기준을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계약서에 넣도록 행정지도를 펼치기로 했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매장 수 변화 추이와 가맹점 가입비, 평균 매출 등을 가맹점주에게 밝히도록 의무화한 ‘가맹사업본부 정보공개서’에도 관련 항목을 포함하도록 했다. 모범거래기준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이를 계약서에 반영하게 되면 향후 가맹본부와 점주 간 분쟁 때 본부 측이 계약 위반으로 점주 측에 손해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이번에 가맹점 수가 1000개 이상이거나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이면서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프랜차이즈를 첫 대상으로 정했으며, 올 상반기 안에 피자, 치킨 분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교육가맹사업 쪽의 해법영어교실 등과 같은 서비스·도소매업 분야에도 조만간 별도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 3095개(2011년 말 기준)를 보유한 파리바게뜨는 이번 조치로 사실상 신규 가맹점 개설이 불가능해졌고 가맹점 1281개로 업계 2위인 뚜레쥬르도 가맹점 개설이 어려워 2위에 머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