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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중단’ 못하는 정부…촛불시위 때 우려가 현실로

[미국산 소 광우병 발생] 정부 왜 '즉각 검역중단' 못하나


2008년 협상때 구체적 문구 안넣어…사실상 '검역주권' 포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는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 선적 중단이나 수입 중단은커녕 1차 단계에 해당하는 검역 중단조차 유보했다.

광우병 발발 소식이 전해진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검역 중단은 당연시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2008년의 '촛불 사태'를 야기한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국민 보호위해…필요한 조처' 추상적 표현만

촛불시위 불렀던 쇠고기 협상 '부실' 확인돼

정부 "당시 실무자가 아니여서" 궁색한 해명

■ 2008년 부실협상 "잘못 끼운 첫 단추"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의 광우병 발생 소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한데, 서둘러 조처를 취했다가는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검역 중단을 유보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광우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따져보고,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
후속 조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미국 쪽의 자료를 받고 우리가 현지에서 이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 데 한달은 소요된다. 물론 검역 중단은 어느 정도 판단이 서면
그 이전에라도 취할 수 있다.

정부의 태도가 이렇게 소극적인 이유는 한·미 양국이 2008년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에
'검역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분명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6월의 추가협상 뒤에 확정된 최종고시에서도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했을 뿐 '검역 중단'이란 단어 자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광우병 발생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중단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제동물보건기구(IOE)의 광우병 지위 등급이 '통제국'에서 '비분류'로 떨어질 때에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2008년 4월의 수입위생조건 본문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광우병 지위 등급이 떨어져야 수입을 중단한다는
국제동물보건기구의 조항은 실제로 한 나라에서 100건 이상 광우병이 발생할 때나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양자 협상을 통해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동물보건기구 기준을 근거로 이번 광우병 발생이 "미국산 쇠고기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또한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영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지금까지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같은 광우병 통제국이다.

■ "당시 실무자 아니어서" 정부 해명도 군색

정부 또한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실무자들은 25일 기자 브리핑에서 "(2008년 협상) 당시 실무자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빠져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기에 급급했다.

또 미국과의 2008년 추가 협상 뒤에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도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선언적인 내용을 담는 데
그쳤다. 박상표 정책국장은 "아마도 정부가 광우병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알맹이
없는 '거짓말 협상'으로 대충 넘어가려 했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또 발생하면서
 당시 부실 협상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