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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경제

SOC 민자사업 ‘무늬만’…공공자금 더 많다

도로·철도 공공지분 50~100%
민간, 지분 팔고 투자수익 챙겨
사실상 공공기관이 운영해도
통행료 등 요금은 ‘민자 기준’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이 애초 취지와 다르게 공공부문 주도의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는 ‘무늬만 민자사업’이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7일 내놓은 ‘공공부문의 민간투자사업 출자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란
보고서를 보면, 국토해양부 소관의 민자사업에 공공기관의 지분 참여 또는 자금 지원이 크게 늘었다.
특히 고속도로 4곳과 철도 2곳은 공공부문의 출자 지분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업비 1조542억원이 투입돼 2008년 12월 개통한 부산~울산고속도로의 운영관리회사는 한국도로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이 각각 51%, 49%씩 출자한 100% 공공기관이다. 또 인천국제공항철도는 한국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 지분율이 98.7%이고 신분당선 정자~광교간 복선전철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지분율이 80%, 수원~광명고속도로도 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도로공사가 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공부문의 과도한 민자사업 지분 참여는, 민간자본의 주도로 사회기반시설을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사업의 기본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무분별한 민자사업 추진에 따른 책임을 전체 국민에 떠넘길 위험을 키운다. 대구~부산고속도로는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이 59.1%다. 대우건설 등 애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참여한 건설업체 12곳은 지분을 팔아버리거나 재무적 투자자로 변신했다. 정부가 이들 재무적 투자자에게 보장한 사업수익률은 연 8.65%이다. 결국 건설사들은 민자사업의 시공에만 참여한 뒤 빠져버린 것으로, 기대이익만 확실하게 챙기고 위험부담은 모두 공공에 떠넘긴 셈이다.


민자사업의 요금이나 수수료는 공적검증과 사후감시를 받지 않는 문제도 안고 있다. 현행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요금 또는 수수료에 대해선 정부가 원가산정의 적절성, 이용자 부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민자사업으로 지정되면 정부와 사업자간 맺은 협약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며,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도 등으로 사실상 독점이익을 보장받는다. 그러다 보니 이용가치는 같은데도 사업자에 따라 요금은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통행료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북부구간(일산∼퇴계원) 36.3㎞에서는 1㎞당 118원인데,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 91㎞에서는 47원이다. 북부구간의 통행료는 71원으로 무려 2.5배에 이른다. 대구~부산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도 같은 구간 경부고속도로의 요금과 크게 차이가 나 이용자들의 불만이 들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공부문 지분율이 50% 이상인 민자 고속도로와 철도의 통행료는 정부 재정으로 만든 시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민자사업 도입 취지를 살려,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법’에서 정의하는 공공부문의 범위를 ‘정부가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는 기관’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