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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국내증시

줄기세포연구 예산 1천억, 어디에?

교과부는 배아·역분화줄기세포, 복지부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중심
복지부 예산 3배 증액 … 대부분 실용화 임상연구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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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줄기세포연구에 1,000억원을 푼다. 줄기세포산업 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내년도 예산안에 올해(601억원)보다 67% 증가한 1,000여억원을 편성한 것이다.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점은 줄기세포‘산업’에 찍혀 있다. 정부는 내년도 줄기세포연구 지원 예산을 발표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줄기세포 실용화 기반기술(원천기술)을, 보건복지부는 연구 성과를 실용화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부 예산을 올해(149억원)보다 3배 이상(206.3%) 올린 459억원을 편성했다.

반면 교과부 예산은 23.4%(93억원) 증액되는 데 그쳤다(493억원). 줄기세포치료제 실용화를 앞당겨 줄기세포산업 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미다.

‘파격적인 인상’에 복지부도 고무됐다. 복지부는 당초 올해 예산보다 50억원 정도 증액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삭감되기는커녕 오히려 3배나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국회 심의 거쳐야 최종 결정). 이에 복지부는 정부 바람대로 증액된 예산 대부분을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줄기세포 및 재생의료연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줄기세포 중에서도 성인의 골수·지방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세계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파미셀)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했을 정도로 성체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복지부는 우선 줄기세포 및 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데 240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치료효능이 높은 줄기세포 발굴을 위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분야 60억원 ▲실용화를 위한 안전성·유효성 검증 임상연구 분야 110억원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의료기술 연구 분야 70억원이 지원된다. 

줄기세포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를 거친 시약 구입 비용 등도 지원한다. 현재 신약 개발 연구 과제 한 건에 정부 예산이 최대 18억원까지 지원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 줄기세포연구 지원금은 5억~20억원 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와 줄기세포은행 설립을 위해 20억원을 편성했다.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일반적인 의약품에 적용되는 허가·심사 규정을 줄기세포치료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구자 임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는 1상을 면제하거나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과 환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의 경우 1·2상을 마치면 3상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일단 품목허가를 내주는 방식 등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 정통령 사무관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식약청에서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 이전에는 완료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집중 지원한다면 교과부는 원천기술인 태아줄기세포와 체세포를 이용한 역분화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관련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둘로 나뉘어 있는 줄기세포연구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을 (가칭)줄기세포소위원회도 국가과학기술위 생명복지전문위에 구성했다.

정부의 줄기세포연구 투자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분명 반기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계획이 나오자마자 줄기세포 관련 주식이 급등하는 등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장사’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줄기세포 제2의 전성기가 펼쳐질지 아니면 반짝 시장만 형성될지는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잘 것 없는 정부 지원에도 성과는 ‘짭짤’
세계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품목허가 … 2·3상 임상시험도 세계 3위

‘황우석 사태’ 이후 가라앉았던 줄기세포가 다시 뜨고 있다. 이번엔 연구자들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줄기세포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정부 예산 1,000억원을 줄기세포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말은 그 즉시 반영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줄기세포연구 예산 1,000억원이 포함됐다. 줄기세포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되지만 관련 부처들은 이미 세부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이처럼 대통령까지 나서서 줄기세포 분야를 적극적으로 챙기는 데는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처져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국내 업계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성체줄기세포(성인의 골수·지방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연구에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69억달러(7조원) 규모이던 세계 줄기세포 시장 규모가 연평균 24.6%씩 성장해 2012년에는 324억달러(37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체줄기세포가 55.7%를 차지해 그 시장 규모가 가장 크며, 다음은 제대혈 줄기세포 28.6%, 배아줄기세포 15.7% 순이다. 국내 줄기세포 시장 규모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1억달러에서 2011년 3억9,000달러로 성장했으며 2012년에는 4억8,000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2011년도 줄기세포연구시행계획, 교과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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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연구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줄기세포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보편적인 주제’가 된 줄기세포연구는 얼마나 발전했을까?

해외 동향 = 줄기세포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승인해서 시작했다. 미국 게론(Geron)사는 지난해 10월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주를 이용해 척수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화 후 200만개까지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실시, 최종 결과는 2012년 10월경에 나온다.

국내 차병원그룹(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함께 망막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미국 줄기세포치료 전문기업 ACT사는 FDA로부터 지난해 11월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 유도된 망막색소상피세포(Retinal Pigment Epithelial Cells; RPE)를 이용한 ‘스타가르트병’(망막에 노폐물이 쌓여 실명에 이르는 질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ACT사는 올해 1월에는 노인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승인도 받았다. 미국에는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회사만 200여개에 이르고 관련 논문과 특허 건수도 세계 1위다.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난자나 수정란을 쓰지 않아 생명윤리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역분화줄기세포(iPS)는 2006년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최초 개발했다.

국내 동향 =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연구는 다소 뒤처질지 모르지만 성체줄기세포 분야에서만은 국내 업계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파미셀)을 품목 허가했다. 조만간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된다는 뜻이다. 이 치료제는 심근경색환자의 골수를 채취한 후 지방 등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를 4주간 분리·배양한 후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손상된 심장혈관에 직접 주입한다.

또 차병원그룹은 올해 5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식약청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질환(스타가르트병) 치료제 임상승인을 받았다. 서울대 강경선 교수는 줄기세포 노화문제를 세계 최초로 규명(2010년 8월)했으며 연세대 김동욱 교수의 줄기세포 분화법이 세계 표준으로 채택(2010년 10월)되기도 했다.

줄기세포연구 정부 지원 얼마나 되나

이같은 줄기세포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줄기세포 연구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기 힘든 분야인 만큼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성과를 내기까지는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정부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해외 =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매년 7억달러 가까이 투자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에는 그 금액이 10억달러(1조1,900억원)를 넘어서 2010년엔 14억달러(1조6,700억원) 이상 지원됐다. 인간을 포함한 배아줄기세포에는 줄기세포 전체 연구비의 21%에 해당하는 2억5,000달러(2,980억원)가 지원되며 이 중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투자는 8%인 9,200만달러(1,097억원)다. 또 연방법원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 정책 중단 결정(2010년 8월) 이후 연방 재심법원이 다시 이를 허용(2010년 9월)하면서 2억달러(2,386억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일본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기술인 역분화줄기세포에 집중해 이 분야에만 예산 45억엔(700억원)을 반영하고 있다. 2009년 재생의료 분야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 신청한 예산은 109억엔(1,696억원)이다. 영국은 생명과학위원회(BBSRC)를 통해 지원하는데, 2007~2008년 2억3,900만파운드(4,400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0~2011년에는 2억7,400만파운드(5,050억원)를 줄기세포연구에 지원했다.

국내 = 이들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줄기세포연구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2011년도 줄기세포 관련 전체 예산(601억원)이 일본의 역분화줄기세포 분야 지원 예산(700억원)보다 적을 정도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줄기세포 관련 예산은 533억원으로 미국의 30분의 1, 영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1,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지만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이 기존 안대로 확정되면 줄기세포연구 과제당 지원 규모를 5억~20억원 수준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 정통령 사무관은 “일본은 역분화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한 사람에게 연간 600억원 이상 지원하지만 우리는 일본만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는 힘들다”며 “그래도 유망한 품목의 경우 하나에 연간 최소 수십억원에서 100억원까지는 투자돼야 한다. 지금은 그 출발점에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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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줄기세포에서 먼저 승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예산을 지원하고도 정부가 “줄기세포산업 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고 자신하는 건 국내 연구진들이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기준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연구는 총 19건(5개사)으로 이 가운데 5건이 완료됐으며 14건이 진행 중이다. 완료된 임상시험 중 급성심근경색증 치료제 ‘하티셀그램-AMI’(파미셀)은 올해 7월 줄기세포치료제로서는 세계 최초로 식약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시판을 앞두고 있다. 또 메디포스트가 동종 제대혈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무릎연골결손 치료제도 임상시험을 끝내고 품목허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줄기세포 종류별로 보면 자가 골수줄기세포치료제가 3건, 동종 골수줄기세포치료제 2건, 동종 제대혈줄기세포치료제 5건, 자가 지방줄기세포치료제 9건이다. 올해 5월 임상시험 승인이 떨어진 차병원그룹의 망막질환 치료제(배아줄기세포)를 제외하면 19건 모두 성체줄기세포다.

복지부 정통령 사무관은 “역분화줄기세포 등 원천기술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얼마나 쫓아갈 수 있겠느냐”며 “성체줄기세포에서 먼저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보다 2~3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능이 개선된 성체줄기세포치료제를 먼저 선점하면 거기서 일정 정도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줄기세포산업의 선순환이 이뤄져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에도 더 깊게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는 국제 학술지에 줄기세포 관련 논문 1,558편을 게재했으며 2010년에만 SCI급 논문이 513건 나왔다. 이 중 논문 인용지수(IF)가 20 이상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1건, 10 이상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10건이었다. 10년간 게재된 논문 숫자만 놓고 보면 성체줄기세포 분야와 배아줄기세포 분야 논문은 각각 세계 8위, 역분화줄기세포 분야 논문은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줄기세포치료제 상업화에 근접한 2상과 3상 임상시험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진행하고 있었다(2010년 1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상업화가 임박한 후기 임상시험(2·3상) 건수는 총 27건으로, 미국 14건, 스페인 4건, 한국 3건, 독일 3건, 프랑스 2건 순이다. 특허 건수는 6위 수준이며, 1위는 미국, 2위는 일본, 3위는 독일, 4위 영국, 5위 프랑스다. 

정부 지원 예산이 미국의 3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같은 성과를 낸 연구진들이기에 1,000억원 지원 계획이 발표되자 가뭄에 단비 만난 듯 반색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줄기세포연구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정부가 줄기세포연구에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이다. 줄기세포연구에 드는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하지 받지 않으면 받을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며 “정부가 줄기세포산업을 강조했는데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연구와 실용화 연구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벌써부터 확정되지도 않은 예산을 두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원천기술인 배아·역분화줄기세포 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재정 지원 확대가 줄기세포연구에 단비로 작용해 열매를 거두려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를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doc3.koreahealthlog.com/5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