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inFo/HOT ! 이슈

서울의 반란 … 반한나라·반토건·99%의 심판

국회의원 승패로는 41 대 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비강남 지역에서 몰락세가 뚜렷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로 따지면 한나라당은 현재 38곳에서 7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야권 단일후보와 한나라당 간 1 대 1 구도라는 전제지만, 야당과의 현재 구도가 역전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48)는 국회의원 지역구 기준으로 서초 2곳, 강남 2곳, 송파 2곳과 용산에서 이겼다. ‘한나라당=강남당’이란 이미지는 더 고착화됐다. 그나마 송파에서는 1곳(송파병·민주당 김성순 의원 지역구)에서 지고, 구 전체로도 2.5%포인트 신승했다. 여 강세 지역이 서초·강남으로 좁혀진 셈이다.

나머지 전 지역, 의원 지역구로 치면 41곳에서 범야권 박원순 단일후보(55)가 이겼다. 상당수는 10%포인트가 넘는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여당에서는 내년 서울지역 총선 공천에서 물갈이를 둘러싼 후폭풍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인다.

‘강남 좌파’로 상징되는 강남지역 중산층도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이 포착된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강남3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50)-민주당 한명숙 후보(67) 간 득표율 차이보다 나경원-박원순 후보 간 표차는 2.7~5.6%포인트 줄었다. 출퇴근 시간대 강남3구의 투표율을 높인 30·40대 직장인들이 이 변화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전 지역, 의원 지역구로 치면 41곳에서 범야권 박원순 단일후보(55)가 이겼다. 상당수는 10%포인트가 넘는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여당에서는 내년 서울지역 총선 공천에서 물갈이를 둘러싼 후폭풍을 예고하는 징후로 보인다.

‘강남 좌파’로 상징되는 강남지역 중산층도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이 포착된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강남3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50)-민주당 한명숙 후보(67) 간 득표율 차이보다 나경원-박원순 후보 간 표차는 2.7~5.6%포인트 줄었다. 출퇴근 시간대 강남3구의 투표율을 높인 30·40대 직장인들이 이 변화를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 1% 특권층 행태에 99%의 심판

선거기간 동안 정권심판 여론을 직접 자극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퇴임 후 사저를 짓기 위해 외아들 시형씨 명의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안은 17일 이 대통령 스스로 백지화를 결정할 때까지 선거 정국에서 호된 역풍을 불렀다. 명의신탁·자금출처 논란은 계속됐고, 사저 옆 경호시설부지를 경호처는 공시지가보다 비싸게 매입하고 시형씨는 공시지가보다 싸게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까지 거론됐다. ‘부자감세’, 치솟는 물가, 천정부지의 대학등록금 문제로 민심은 악화된 상황이었고, 99%의 고통은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에 나경원 후보의 ‘호화 피부과 출입’ 의혹이 터졌다. “연회비 1억원”이라는 소문은 ‘99% 서민 대 1% 특권층’이라는 전선을 강화했다. “알려진 것처럼 고액 아니다”라는 해명은 유권자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쟁점을 두고 투표소로 향하는 이들에게선 “1억원짜리 피부과에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괴리감을 크게 느꼈다”(허명진씨·24), “집값이 없어 아이들과 셋방에 산다. 서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권”(김모씨·54) 등의 말이 나왔다.

미국에서 한 달여간 계속된 ‘월가 점령’ 시위도 기득권층의 빗나간 행태에 대한 심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청년실업·빈부격차 등으로 촉발된 시위대 주요 구호가 바로 “우리는 99%”이다.

■ 20~40대는 박근혜에게 반응 안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나경원 후보 지원은 선거 전 여야의 주된 관심사였다. 박 전 대표는 4년 만에 선거 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가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제는 이번 선거에서 균열이 생겼다. 나 후보가 7.2%포인트차로 완패한 탓이다.

박 전 대표는 부산 동구 등 전국의 재·보궐 선거 현장을 찾았지만, 선거 기간 중 가장 집중적으로 찾은 곳은 서울이었다. 그의 손엔 지난 대선 때처럼 악수해서 생긴 근육통 때문에 파스가 붙여져 있었다. 유권자의 이야기를 직접 받아 적은 박 전 대표의 수첩은 서울대 안철수 원장의 박원순 후보 지지 편지가 공개된 다음날 나 후보에게 전달됐다.

20·30대 유권자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숫자가 말해준다. 26일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의 71.2%, 30대의 74.7%가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보다 안정 희구층인 40대 역시 박 후보를 택한 비율이 63.6%였다. 박 전 대표 지지가 ‘강한 보수성향’ ‘장·노년층’ 이상으로 확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 토건에서 복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은 ‘토건에서 복지로’라는 선택을 분명히 했다. 한강르네상스·디자인서울·뉴타운 등으로 대표되는 토건 중심이 아니라, 무상급식·임대주택·반값 등록금 등 복지확대 방향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후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이뤄졌다. 이를 계승하겠다는 나경원 후보(48)가 완패한 것은 오 시장부터 발원된 전시·토목성 사업을 심판한 것이다.

이는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함께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48)와 범야권 박원순 단일후보의 공약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경실련은 청년창업 공간 10만평 확충, 비강남권 재건축 완화조정 등 나 후보 핵심 공약에 “토건적, 하드웨어적 계획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27일 시장 취임 후 박원순 서울시장의 첫 결재 서류는 오 시장 시절에 시와 의회가 다투며 계류돼 있던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예산 지원안’이었다.

서울시정의 경계를 넘어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 부자감세, 대기업 중시, 4대강 사업, 실질복지 축소’ 등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을 놓고 서민·중산층이 등을 돌린 성격도 가미돼 있다.

이는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20대의 불안, 30대의 좌절, 40대의 분노”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했던 민생의 위기를 지칭한다. 그 고통의 당사자인 20~40대의 계급투표 성향이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