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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국내증시

경기둔화속 물가 고공행진에 금리왜곡


경기둔화속 물가 고공행진에 금리왜곡
■ 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수수께끼 같은 일이 한국서 벌어지고 있다
국고채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도 지속
기준금리 동결에 예금금리 오르기 어려울듯






국내 금융시장에 두 개의 수수께끼(conundrum)가 나타났다. 실질 예금금리는 1년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 정기예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는 '예금금리의 역설'이 첫 번째 수수께끼. 또 김중수 한은 총재와 기준금리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가 기회 있을 때마다 기준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금리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을 포함해 중장기 국고채 금리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김중수 총재의 패러독스'가 두 번째 수수께끼.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실질 예금금리와 국고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질 예금금리의 역설=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는 지난해 2ㆍ4분기 -0.13%로 떨어진 후 1년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오랜 기간이다. 시중 부동자금이 안전성이 높은 예금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치솟고 있다. 올해 3ㆍ4분기의 경우 순수 저축성 예금금리(세후)는 3.17%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 실질 예금금리는 -1.63%를 나타냈다. 은행에 100만원을 맡기면 물가상승 때문에 앉아서 고스란히 1만6,300원을 손해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의 저축성예금에는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월별 수신규모를 보면 ▦5월 7,931억원 ▦6월 3조8,025억원 ▦7월 11조2,654억원 ▦8월 8조1,541억원 ▦9월 4조246억원 등을 나타냈고 10월에는 12조2,881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에 몰리면서 굳이 예금이자를 올리지 않더라도 쉽게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예금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총재의 수수께끼=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한 자리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수수께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또 어떠한 형태의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는 하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는 현상을 빗대어 '그린스펀 수수께끼'라고 일컬었는데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실제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8월1일 3.90%를 나타냈던 수익률은 현재 3.37%까지 떨어졌으며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금리차이)도 같은 기간 0.65%포인트에서 0.12%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또 국고채 1년물과 3년물 수익률의 역전현상도 3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채권 분석가는 "보통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80~90bp(1bp=0.01%포인트)를 나타내지만 지금은 12bp까지 좁혀진 상태"라며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의 실질 예금금리도 하락하는 것은 국내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과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해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국고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국고채 장기물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