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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사회

메르켈 `딜레마`, 유로본드 반대…계속 버틸 땐 코너 몰릴 수도

메르켈 `딜레마`, 유로본드 반대…계속 버틸 땐 코너 몰릴 수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3개국 정상이 24일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본드 발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역할 확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다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독일 측이 주장해온 유럽연합(EU)조약 수정안을 내달 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 이전에제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프랑스는 EU조약 수정을 ECB지원 확대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초청,오찬 회동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열고 "세 정상은 금융정책과 통화안정을 관장하는 ECB의독립성을 존중하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가 요구해온 EU조약 개정과 관련,사르코지 대통령은 "수일 안에 조약 개정을 위한 제안이 있을 것"이라며 공동 보조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하지만 유로본드 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위기의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로본드에 대해 이날도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의 재정적인 결합을 더욱 단단히 한다는 것이 유로본드 도입에 찬성한다거나 ECB의 역할을 바꾼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독일이 국채 발행에 실패한 직후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 방안을 발표했다. 유로본드는 메르켈 총리가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방안이다. 유로본드의 재원 중 상당 부분을 독일이 떠안아야 한다는부담 때문이다. 자국 내 반대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신들의 혈세를 동원해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을 도울 수 없다는 독일 국민의 여론은 매우 강경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최근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유로본드발행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믿을 만한 국채로 간주돼왔던 독일의 국채발행 미달 사태는 메르켈 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유로존 각국 10년물 국채금리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독일 경제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장중한때 10년물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이 연 2.13%를 기록해 독일 국채(분트) 금리 2.14%보다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독일 국채보다 영국 국채를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독일 집권 연정 내 소수파들이 유로본드를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독일이 맏형 국가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유로본드 발행에 동의하자니 국내 여론이 가로막고,계속 모른 채 하자니 독일 경제가 힘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형국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