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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해외증시

유럽 위기, 英·스웨덴 보면 본질 안다

유럽 위기, 英·스웨덴 보면 본질 안다

스웨덴-핀란드 국채금리 급격한 디커플링…영국과 독일 금리도 역전
 

↑올해 스웨덴 5년만기 국채금리 추이(단위:%,자료=블룸버그)


↑올해 핀란드 5년만기 국채금리 추이(단위:%,자료=블룸버그)


독일과 영국의 국채 금리가 역전된 가운데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 국채가 '동조화'를 깨고, 크게 엇갈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주변국에서 핵심국으로 전이·확산되면서 유로존 재정 우량국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비유로존 국가들은 재정위기 충격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채 흐름은 유럽 위기의 근본 요인을 이해하고, 향후 추이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비유로존 국가인 스웨덴과 인접국이자 유로존 우량 국가인 핀란드의 국채 금리 추이를 비교해 보면 최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근래 유로존 재정위기가 핵심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까닭이다. 

5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금리(수익률) 추이는 올해 내내 거의 완전한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유럽 채무위기가 심화되던 올해 5월부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들 국채 금리는 급락(국채가격 급등)하기 시작했다. 9월까지 바닥을 향해 미끄러지다 10월 잠시 반등한 후 이달 중순까지 다시 급락해 둘 다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유럽 위기의 핵심부 전이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이달 중순부터 두 나라 국채 금리가 디커플링(비동조화)되기 시작했다. 스웨덴 금리는 추가 하락해 지난 25일 현재 1.119%까지 떨어졌지만 핀란드 금리는 지난 10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5일 현재 3%선에 다가갔다. 두 국채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올해 줄곧 1%포인트를 거의 넘지 않았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무려 2%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이유는 분명하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핀란드가 유로존 리스크를 짊어진 반면, 크로나화를 사용하는 스웨덴은 유로존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안전자산'으로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지금 아무리 경제가 강한 나라라도 유로존 회원국은 신뢰하지 않고 있고, 스웨덴처럼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경제 강국에는 견고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영국 국채(길트)에 대한 시장 반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국채 금리가 유럽 최고 지위의 독일 국채(분트)의 금리보다 이례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영국은 유로존 회원국이 아니고, 독일은 유로존의 수장 격인 나라다.

지난 24일 10년 만기 길트 금리는 2.158%를 기록하며 같은 만기의 분트 금리 2.194%를 하회했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최근 투자자들이 분트보다 길트를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유로존이 강력한 재정통합 조치 등을 강구해 다국간 단일 통화인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조짐을 보인다면, 최근의 국채 금리 추이는 선제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