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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국내증시

'식량 자주화' 내세워 곡물 자체 확보 한다더니…

'식량 자주화' 내세워 곡물 자체 확보 한다더니…

산지 엘리베이터 확보 못해
올해 목표 10분의 1 그쳐

곡물社 M&A도 '산넘어 산'
주주간 의결 조율이 관건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40%를 출자하고 삼성물산 STX 한진이 20%씩 투자해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 설립한 aT그레인컴퍼니가 현지 곡물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곡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데다 시일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에서는 세계 곡물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세워 곡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고 인수·합병(M&A)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지 곡물회사 인수 추진 중

18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aT그레인컴퍼니는 산지 ‘엘리베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있는 현지 곡물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2015년까지 산지 엘리베이터 10기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곡물회사에서 말하는 엘리베이터는 생산자로부터 곡물을 매집한 뒤 건조 저장 분류 운송하는 설비 시스템을 말한다. 엘리베이터 역량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곡물 양이나 품질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제곡물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꼽힌다.

김학수 aT그레인컴퍼니 사장은 “국제 곡물 거래는 생산자와 산지 엘리베이터 간, 산지 엘리베이터와 수출회사 간 신뢰와 네트워크로 이뤄진다”며 “인력 네트워크 정보 등을 한꺼번에 확보할 필요가 있어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aT그레인컴퍼니가 인수하려는 곡물회사는 산지 엘리베이터 10기 정도를 갖춘 회사다. 시카고 현지의 50여개 곡물회사를 대상으로 1차 심사를 했고 인수 대상 기업을 소수로 압축한 상태다. 조만간 후보 기업에 대한 개별 실사를 한 뒤 최종 인수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aT그레인컴퍼니는 총 자본금 1760억원 중 1000억원을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다.

○자체 매입 실적 부진

aT그레인컴퍼니는 전 세계 곡물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올 4월 설립된 회사다. 정부는 식량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국내 소비 곡물의 55%를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우리 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지난해 27.1%인 곡물 자주율을 5년 만에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5년 뒤 주요 곡물 수입량의 30%인 400만을 국내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국제곡물회사 설립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낮다’며 반대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농수산물유통공사 주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회사의 곡물 확보 성과는 저조하다. 정부는 연말까지 콩과 옥수수 10만을 들여올 예정이었지만 현재 1만만 수입한 상태다. 올 들어 미국에서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콩와 옥수수 생산량이 10~20%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근본적으로는 생산자로부터 물량을 사들이는 산지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회사만 설립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곡물 매입에 차질을 빚었다.

○주요 주주 설득이 과제

곡물회사를 인수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aT그레인컴퍼니에 참여하고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삼성물산 STX 한진 등이 인수 대상 기업 규모 등에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확보하는 위치나 가격 등에 대한 출자자들의 의견 차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