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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前 자동차 엔진 얻어 간 현대차에 `굴욕`




미쓰비시의 굴욕…30년前 엔진 줬던 현대차에 밀려 유럽 철수

日, 전자 이어 자동차도 한국에 '덜미' 수요
줄고 현대차 등 공세, 소형차·SUV 생산 중단
경악한 日 펀드매니저들 "한국과 같은 영역서 경쟁안돼"


“일본 가전업체들은 한국 기업들과 동일한 사업 영역에서는 더이상 경쟁이 불가능할 것 같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일본의 한 대형 자산운용회사 펀드매니저가 최근 일본 전자업체의 충격적인 손실 발표와 그에 따른 주가하락세에 대해 이처럼 낙담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 강국 일본이 한국에 무릎을 꿇고 있는 곳은 전자업종뿐만 아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에 엔진 기술을 전수했던 미쓰비시자동차는 유럽공장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유럽 재정 위기로 시장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현대차 등의 공세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철수를 결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제조업 전쟁’에 대해 “일본이 전자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완성차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에서 철수하는 미쓰비시 차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소형차 ‘콜트’
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아웃랜더’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현지공장의 생산을 내년에 중단하고 , 현지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유럽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미쓰비시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든데다 현대차의 공세 등으로 유럽 생산의 채산성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의 네덜란드공장은 연산 20만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생산은 이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해 4~12월 누적적자가 114억엔(약 1667억원)에 달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유럽에 진출한 지 20여년 만에 현대·기아차의 공세 등에 밀려 사업을 접는 셈이다.

○기술전수한 현대차에 눈물

미쓰비시자동차가 유럽에 진출한 1991년은 현대차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독자기술로 ‘알파엔진’을 개발한 해다. 현대차는 그 전까지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주고 엔진기술을 사왔다. 포니(1975년)와 스텔라(1982년), 엑셀(1985년)은 미쓰비시의 새턴과 오리온 엔진을 사용했다.

 


1984년 여름. 구보 도미오 당시 미쓰비시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찾아와 “마북리 엔진연구소를 폐쇄하면 로열티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며 엔진 독자개발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정 명예회장은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고 엔진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2004년 개발한 세타엔진을 미쓰비시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570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역전수’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미쓰비시뿐만 아니라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를 제쳤다. 현대·기아차의 2011년 유럽시장 점유율은 5.1%로 도요타(3.9%) 닛산(3.4%) 혼다(1.1%)를 앞섰다.

○삼성에 무너지는 일본 전자업계

일본 전자업계도 삼성전자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소니 파나소닉 샤프 NEC 등 일본 ‘빅4’의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순손실은 1조3876억엔(2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니는 주력사업인 TV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2200억엔(3조212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TV와 반도체 실적악화로 파나소닉과 샤프도 각각 7800억엔(11조3880억원)과 샤프 2900억엔(4조2340억원)의 사상 최대 손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00억엔(1조46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NEC는 1만명의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3조73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액 220억달러(25조원)는 일본 전자업계의 순손실 규모를 넘는다”며 “이들이 앞으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일본 아틀란티스자산운용사의 에드윈 머너 회장은 “삼성은 낮은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소니는 그럴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젠 중국을 경계해야”

산업연구원의 조 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시장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적기에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부품소재 분야의 성장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추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중국업체가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모리반도체 가전 철강 조선 분야의 경쟁력은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자동차도 도요타와 혼다 등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중국 제조업체들이 스피드와 대형화를 무기로 5년 이내에 한국 제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며 “한국 제조업체들이 경계심을 늦추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