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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원인 ‘염색체 불안정’ 비밀 풀었다


암의 원인 ‘염색체 불안정’ 비밀 풀었다

 


  이현숙 교수팀 "BRCA2 단백질 이상이 세포분열 오류 원인"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 분리가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암이 발생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이현숙 교수가 주도하고 최은희·이혜옥 박사후연구원, 박필구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동물(쥐) 실험과 암 환자 샘플 분석 등을 통해 단백질 'BRCA2'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암의 원인인 '염색체 수 이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BRCA2 단백질은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데 관여하는 대표적 '항암 유전자'로, 이 단백질이 망가지면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 전체의 약 3분의 1이 이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BRCA2 단백질이 세포 분열 시 염색체 수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따라서 BRCA2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손상된 유전자를 고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포 분열 단계에서부터 이미 염색체 수 이상에 따른 발암 요인을 안게 된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형질조작을 통해 돌연변이 BRCA2 단백질을 가진 쥐의 세포 분열 과정을 살펴본 결과, 40개씩 똑같은 수의 염색체를 가진 두 개의 정상 세포로 나뉘지 않고 염색체 수가 매우 불규칙하게 분리됐다.
예를 들어 분열 후 한쪽 세포에는 50개의 염색체가, 나머지 한쪽에는 30개의 염색체만 들어 있는 식이다.

'BubR1'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 수를 조절하는데, 정상 상태에서는 BRCA2 단백질이 BubR1의 아세틸화(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사슬에 아세틸 분자가 붙는 것)를 촉진해 이 과정을 돕는다. 

그러나 BRCA2가 비정상적인 경우, BubR1의 아세틸화가 위축돼 결국 염색체 수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실제 유방암 환자의 병리 샘플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유방암 등 암환자의 BRCA2 단백질 이상 여부를 먼저 살펴본 뒤, 이상이 있다면 부족한 BubR1의 아세틸화를 돕는 방향으로 암 치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