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끈' 동영상? 쌍욕, 멱살잡이에 발길질
특수부대원 '수중 폭행, 이건 영화가 아닙니다
[총선이슈 검증-제주해군기지①] 안보? 강정마을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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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정부와 해군은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를 전격 단행했다.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과 각계 시민사회, 심지어 새누리당 제주당위원장까지 나서서 '발파 중지와 공사 보류'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들의 간절한 외침은 구럼비에 설치한 폭약 터지는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그날 지축을 흔든 발파 소리는 도민이 선출한 도지사의 의견까지 무시하는 오만한 정권의 괴성이었다. 그날의 발파 소리는 외딴 섬마을, 힘없는 주민들이 피눈물로 부둥켜안고 지켜온 절차적 민주주의가 압살당하는 비명소리였다. 그것은 상징이었고 실체였다.
14일 오전에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 회의. 이인영 최고위원은 '강정마을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 발언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민주주의는 1%의 인권과 생명, 이익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한다. 무자비한 발파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 도전이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강정마을에 대한 공세에 맞서 싸울 뿐이다. 강정마을의 본질은 '안보'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에 맞선 싸움이다."
① 실종된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된 87명과 700명의 차이
익히 알려진 대로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후보지로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마을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제주해군기지 논란은 화순을 거쳐 위미로 갔다가 말 그대로 '느닷없이' 2007년 4월 26일 야밤에 강정마을로 왔다.
당시 마을회장은 야밤에 마을총회를 열어 주민 87명이 찬성했다며 해군기지 유치신청을 했다. 강정마을 주민 약 1970명 가운데 87명이 찬성했지만 반대토론, 투표절차조차 모두 생략된 채 '박수'로 결정되었다. 국가안보사업은 국책사업 중 가장 치밀한 전략적 판단과 정밀한 전술적 타산이 요구된다. 그러나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한 섬마을 회장이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결정해야 한다(강정마을 회의록)"며 유치신청을 해 결정되는 코믹한 사건이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세상에 어떤 국가안보사업이 정부가 아닌 일개 마을회장의 야밤 날치기로 결정되나"며 지금껏 의아해 하고 있다.
분노한 마을주민들은 다시 총회를 열어 당시 마을회장 윤아무개씨를 강제 해임했다. 그리고 또 마을주민 725명이 참가한 가운데 마을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주민 94%가 해군기지 유치를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주민들의 민주적 총의의 결과물은 철저히 무시됐다. 주민 87명의 찬성표가 주민 700명의 반대표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민설명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강정마을 강정천 바로 옆엔 한 리조트가 있다. 해군기지보다 규모 면에서 훨씬 작은 리조트 하나 들어올 때도 주민설명회가 열렸고,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찬반 토론을 모두 8차례에 걸쳐 진행해 조건부로 리조트 건설을 찬성했다.
주민들이 "그렇게 중요한 국가안보사업이면 주민들을 피하지 말고 설명회도 열고 토론이라도 하자"고 했지만 해군은 강정마을에서 토론회는커녕 설명회 한 번 열지 않았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추진된 유일한 국책사업이자 국가안보사업"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주민들이 해군기지 공사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불법 공사라고 반발하는 이유가 또 있다.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일대는 2004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절대보전지역에선 모든 개발행위를 할 수가 없다. 이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던 제주도의회가 2009년 12월 날치기로 해제해 버린 것이다. 같은 날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도 함께 날치기 처리되었다.
주민들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와 해군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강정마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미 정부와 해군에 의해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
② 심각한 너무도 심각한 인권유린... 민간인 폭행하는 해군 특수부대
▲ 해군 특수부대인 SSU 대원들은 수영을 하며 구럼비 바위로 기도하러 가던 송강호 박사를 수중에서
폭행하고 오리발을 빼앗았다.
현재 강정마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군 특수부대인 SSU 대원들은 수영을 하며 구럼비 바위로 기도하러 가던 송강호 박사를 수중에서 폭행하고 오리발을 빼앗았다.
이들은 또 강정마을을 방문한 대학생들을 야밤에 공사장 철제 펜스 앞에서 엎어치기로 위력을 행사하고 철조망으로 마구 밀어붙여 다치게 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마을주민들은 동영상에 기록된 상황을 증거로 해군 특수부대 요원들을 고발했지만 수사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또 해군 현역 방모 소령은 항의하는 마을 칠순노인에게 "어 영감 힘 좋네, 링 만들어서 한 판 뜨자"고 패륜적 언사를 하고, 한 평화활동가에게 "너 북에서 왔냐"며 시비를 걸었다. 또 해군 양모 소령은 시민단체 여성활동가를 폭행해 고소당했다. 해군 이모 대위는 해상 불법 공사를 항의하던 송강호 박사를 바지선 갑판에서 발로 구타해 추락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해군 특수부대 요원과 해군 장교들이 전시도 아닌 평시에, 적이 아닌 자국민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패륜적 언사를 버젓이 자행한 것이다.
경찰에 의한 공권력 남용도 이미 도를 넘은 상태다. 마을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마을주민 및 평화활동가들에게 쌍욕을 하고, 항의하는 활동가의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
2월 13일 구럼비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사제와 목사, 신도 약 20명을 삼성과 대림 용역업체 직원들이 두 시간 동안이나 감금하고 위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성직자들이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외면했다. 심지어 용역들이 한 여성신도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체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되레 병력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의 도주를 도왔다.
2월 18일 구럼비 바위에 주민들이 설치했던 무대를 해군의 지시로 삼성·대림 직원들이 무단 철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남이 설치한 시설물을 해체하려면 계고장을 보낸 후 행정대집행영장을 발부받아서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명백한 불법공사였다. 우습게도 경찰은 이를 항의하는 마을주민과 활동가들은 연행하고 불법공사는 병력으로 또 바리케이드를 쳐서 '보호'했다. 주민들이 "경찰은 해군과 삼성, 대림의 용역이냐"고 분통터진 절규를 했지만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특히 구럼비 안은 공사허가권은 해군이 취득했지만 관리권은 여전히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출입금지를 고시하지 않는 한 무단출입이 성립되기도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하지만 경찰은 구럼비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마구 체포 연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설령 무단출입이 성립한다 해도 이는 경범죄 위반으로 범칙금 2만 원을 부과하면 될 일이지 무차별 체포·연행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주장이다.
한편 남용되는 공권력에 의해 2007년 이후 강정마을에선 약 600명이 경찰에 의해 체포·연행됐다. 2010년 이후 3월 14일 현재까지 체포·연행된 수만 395명에 이른다. 구럼비 발파 이후 이를 항의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고, 경찰이 체포·연행을 남발하면서 그 수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해군기지 반대싸움을 하는 동안 강정마을에선 천주교 신부와 개신교 목사를 비롯 9명이 구속되었고, 2억7000만 원의 벌금을 냈으며 2억8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
강동균 마을회장이 문 신부를 꼭 껴안으며 만류하고 있다.
③ 말 바꿔가며 '변방'의 목소리 철저하게 무시하는 MB와 박근혜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사태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중앙'과 '지방'을 어떻게 대하는지 극명하게 노출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 시작한 일을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이들이 반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가 아닌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제주도 10대 핵심공약 중 하나로 '관광미항 기능의 해군기지 건설'을 약속했다. 이 공약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국가사업으로 이름 지어졌다.
이 대통령이 "황당하다"고 말해할 대상은 반대하는 주민들과 야당이 아니라 정부와 해군이다. 왜냐면 국회는 예산부대조건으로 민군 복합항을 짓기 위해서 예산 50%는 '민'을 위해 쓰라고 했지만 해군은 5%밖에 쓰지 않았다.
또 국회는 국무총리실에 제주해군기지가 민군복합으로 기능할 수 있게 설계됐는지 검증위를 구성해 검증하라고 요구했고, 검증결과 심각한 설계오류가 확인됐다. 국방부 자체 보고서에서도 "크루즈선의 입출항은커녕 군함이 항해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시물레이션 결과가 기록돼 있다. 그래서 국회는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을 96.3%나 삭감했다. 잘못된 공사 하지 마라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해군은 구럼비 발파까지 강행했다. '황당한' 일이다.
모든 국책사업은 사업명이 사업내용을 말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공식적인 국가사업 명칭을 놔두고 계속 '제주해군기지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정부가 약속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은 없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만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꼴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말 바꾸기도 이 대통령 못지않다. 그는 2007년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주도지사도 반대하고, 제주도의회도 반대하고, 제주도 주민도 반대하고, 심지어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예비후보까지 반대하는 공사와 구럼비 발파를 "국책사업이므로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뜻은 분명하게 나왔는데 박 위원장만 자신이 강조했던 '주민들의 뜻'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목소리는 '중앙'의 힘과 논리로 철저히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이 선연하다.
문정현 신부는 공권력에 항의하다 못해 쇤 목소리로 "오늘 강정의 얼굴은 고난 받는 한국 민주주의의 얼굴"이라고 한탄했다. 또 강정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지금 강정은 군대와 경찰이 맘대로 통치하는 '군경독재' 시절"이라고 개탄했다.
그래서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강정마을의 본질은 '안보'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에 맞선 싸움"이라고 규정한 것은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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