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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IT/과학

[반도체] 모바일이 대세…작고 전력 소모 적을수록 ‘굿’

한동안 꺾일 줄 모르던 PC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주춤한 양상이다. 반면 모바일 기기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스마트폰(4억8000만대)은 PC 수요(3억5000만대)를 앞질렀다.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PC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모바일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CPU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인텔은 전력 소모를 많이 하더라도 성능이 우수한 CPU를 양산해 왔는데, 모바일 기기에선 전력 소모가 많으면 그만큼 불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CPU의 5분의 1 수준인 10~2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디지털TV, 자동차용 프로세서까지 영역을 확대할 경우 AP 시장은 2015년 CPU 시장의 4배 규모로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퀄컴, 통합칩 개발로 앞서나가 

AP와 함께 빠른 통신을 가능케 해주는 베이스밴드(BB)칩도 모바일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다. 현재 이 두 가지 부품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퀄컴이다. 퀄컴은 AP와 BB칩을 합치거나 AP만 따로 공급하는 식으로 자사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을 전 세계에 공급해 왔다. BB 통합칩을 포함한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에서 퀄컴은 55%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통합칩은 통신칩과 단일칩을 따로 쓰는 것보다 완제품 부피를 줄일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 현재까지는 통합칩이 주로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사용돼 왔으나 앞으로는 고가형 스마트폰에도 들어갈 전망이다.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의 개막과 함께 퀄컴의 BB칩을 기반으로 한 원칩 솔루션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4세대 LTE 스마트폰은 거의 모두 퀄컴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통신칩 개발 서둘러야 

바일 AP만으로는 삼성전자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67%의 점유율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인텔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에 자사의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장착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와 함께 아이폰이 꾸준한 인기를 보이면서 모바일 AP 매출이 올해 8조8000억원, 내년 1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모바일 AP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R&D)에 4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는 반도체 전체 투자금액 14조원 중 8조원가량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금액보다 많다는 얘기인데, 이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AP는 현재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4’와 ‘A5’가 삼성 제품이다. 애플을 제외한 AP 매출은 3조~4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텔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AP 부문이 CPU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모바일 AP와 통신칩을 원칩으로 구현하는 제품이 인기라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불리하다. 오영보 애널리스트는 “통합칩 부문으로의 진출이 요구된다. 모바일 기기의 소형화·저전력화에 따라 공간 제약, 전력 제약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통합칩의 매력은 굉장히 크다. AP와 LTE칩을 결합한 통합칩의 제조는 AP 시장 내에서의 삼성전자 점유율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AP 시장이 커질수록 영국의 암(ARM)사 또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ARM의 핵심기술이 적용된 AP가 모바일 기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업체가 1차 설계를 하면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의 업체가 라이선스를 받아 2차 설계를 하게 된다. 생산은 삼성전자 또는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 업체가 담당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RM은 저전력에 높은 운영체제(OS) 호환성을 가진 AP를 바탕으로 스마트폰뿐 아니라 향후 노트북 CPU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반도체 분야의 최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퀄컴, 삼성전자, ARM 등이다”라고 말했다. 


메모리+비메모리통합 움직임 가속 


PC에서 모바일로 컴퓨팅 제품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통합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이 비상이 걸렸다. 비메모리 솔루션을 보유하지 않으면 모바일 시대에서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성제 애널리스트는 “저전력을 요구하는 세트업체들이 많아지면서 미세공정의 영역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비메모리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최대 변수는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 솔루션을 누가 보유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통합은 패키징 기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종전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온칩(SoC) 형태가 주를 이뤘으나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SiP(System in Package)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SiP칩은 한 개의 패키지 속에 서로 다른 기능의 여러 부품들을 조합해 시스템이나 보조 시스템과 연관된 다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칩이다. SoC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기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안테나, 센서 등 다른 소자들을 단일 패키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아가 패키징 기술은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