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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국내증시

무디스의 경고 "공기업 신용강등"

무디스, 공기업 신용등급 강등경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주요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달 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지만 거꾸로 공기업들 등급은 내릴 뜻을 내비친 것이다. 

29일 국제 금융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한 국내 공기업 대상 설명회에서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국가신용등급과 별개로 책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무디스 아시아 본사가 있는 홍콩의 임직원을 비롯한 무디스 측 관계자와 함께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해외 채권 발행을 자주 하는 공기업 10여 곳의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무디스는 사실상의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대한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신용등급은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채 해당 기업만의 독자적인 재무 상태를 반영해 책정된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의 공사 신용등급은 `시한폭탄`과도 다름없는 상태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에 매일경제 레이더M도 지방 도시개발공사 15곳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13곳이 투기등급에 해당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국내 공기업들은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무디스 기준 A1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신용등급을 부여하면 상황은 뒤바뀐다. 무디스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를 Baa2등급으로 평가한다. 투자 적격 등급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이다.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광물자원공사는 Ba3등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사실상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 

무디스 관계자는 "한국 공기업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수준에서 신용등급을 받으려면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지원 정책이 나오거나 공사 자체의 재무 상태가 좋아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원 정책도 재무 상태도 좋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 무디스, 공기업 신용등급 강등경고 


한국 공기업을 향한 무디스의 경고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무디스는 이달 초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공기업에 대해서는 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공기업 스스로 신용 수준을 강화하거나 정부의 강도 높은 지원책이 없으면 상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디스 관계자는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되더라도 한국 공기업들 신용등급은 그에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공기업들 재정 상태가 최근 들어 현저하게 악화됐고, 이미 최악에 다다른 곳도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부채비율은 360%에 육박하고, 한국석유공사 역시 190%를 넘는 수준이다. 

무디스가 최근 설명회에서 언급한 대로 아예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기업 자체 신용등급을 평가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A1으로 우수한 등급을 받았던 공사들이 순식간에 Baa2나 Ba3까지 떨어지게 돼 해외에서 자금 조달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는 현행 A1등급에서 Baa2등급으로 4단계가 하락한다.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은 Ba3라는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음과 동시에 무려 9단계가 주저앉는다. 

국제 신용등급 한 단계가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높은 금리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해 금융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아예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사례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최근 가스공사나 석유공사 등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는 공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계 기업ㆍ기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채권 발행시장에서는 공기업이나 사기업, 금융사들 모두 `한국물`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있다. 

공기업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이에 따른 여파가 다른 기업ㆍ기관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가 전체적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공기업들의 해외 차입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석유공사는 13억6000만달러, 가스공사는 10억7000만달러, 한국수력원자력은 5억달러, 한전 계열 남동발전은 3억달러를 해외에서 각각 조달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해외 자원 개발이나 유전 확보 등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나 남동발전 역시 해외 원전이나 플랜트 등 사업에서 해외 진출을 진행해왔다. 

올해 역시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1월 30년 만기로 7억5000만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달러화채권)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공사 역시 지난 3월 1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를 낮은 금리에 발행했다. 한전의 발전 계열사들도 잇따라 해외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무디스 말대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신용을 평가한다면 각 공기업들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채권 발행조차 못하는 공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