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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경제

'빛의 속도'로 빚 늘어나는 50대

베이비부머 '빚' 탈출작전/빛나는 인생? 빚내는 인생!]

'빚 갚다가 삶 마감할지도….'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모(50) 부장은 요즘 '역(逆)재테크의 귀재'라는 별칭을 얻었다.
5년 전 구입한 아파트가 화근이다. 아파트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하는데
매달 꼬박꼬박 대출을 갚느라 허리가 휘기 때문이다.


2007년 구입 당시 7억원 안팎이던 아파트(140㎡) 매매 시세는 현재 5억원대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금융비용(대출)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김 부장은 "정년이 몇년 남지 않았는데 빚이 3억원이나 돼 걱정"이라며 "아파트 매매도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까지 대출 이자만 갚아나가야 하는지 갑갑하다"고 말했다.


과거 50대는 "경제적 안정기에 있다"고 평가 받았지만, 이젠 옛말로 치부된다.
50세 이상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빚 증가 속도가 '주름살'보다 더 빨리 늘고 있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빚 늘어나는 50대



◆ 빚에 쪼들리고, 소득은 줄고… 고달픈 50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의 대출자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46.4%로 나타났다. 2003년(33.2%)에 비해 13.2%포인트나 늘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인구 고령화 속도(8%)도 가볍게 추월한 수치다. '베이비부머의 재앙'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들 베이비부머가 짊어지고 있는 빚의 진원지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 호황기(2005~2007년) 때 수도권에서 담보가액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절반 이상(53.5%)이 50대 이상 연령층이었다. 이후 부동산경기가 꺾이면서 '주(住) 테크'가 어려워져 상당수가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주택처분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조기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너도나도 창업행렬에 뛰어든 것도 빚의 굴레에 묶이는 족쇄가 됐다. 이날 발표된 '어음부도율 동향'을 살펴보면 베이비부머 창업 열풍 탓에 지난달 신설법인 수는 6604개로 4개월 연속 6000개를 웃돌았다.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8년 47.1%에서 2011년 53.9%로 상승했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대출성향도 빚을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다. 대출기간에는 이자만 갚다가 만기에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일시상환대출을 선호하는 것. 때문에 대출원금 상환이 지연되면서 빚이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일시상환대출 비중(47.0%)은 50세 미만(32.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시간이 흐를수록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실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득대비 부채부담이 커서 경제악화 시 원리금상환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아울러 "고령층의 가계부채 급증은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적은 고령층일수록 노후 및 대출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주택 재조정(주택 처분 또는 주택 규모 축소)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고통 감내해야 '빚의 굴레' 벗을 수 있어


"고통을 감내하라."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은 사면초가에 빠진 베이비붐세대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가계경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100세 인생'의 반환점을 멋지게 돌기 위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을 주문한다.


특히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부동산시장의 꼭대기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이들이나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조달한 경우 빚 청산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 센터장은 "넓은 집에서 살면서 빚 걱정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집을 담보로 한 빚인 경우 주택을 조정하면 목돈이 생기고, 부채도 상환하고, 주거비용도 줄이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 김 센터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주택 규모를 줄이고 삶의 수준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냉철하게 현재의 부채와 자산을 점검해볼 필요성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이후 자산여력 진단'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가구 중 보유자산만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4명 중 3명이 현 자산을 갖고 은퇴할 경우 최소 생활비도 충당하기 어렵다"는 암담한 진단을 받은 것.


황원경 KB금융지주 연구위원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노후의 소비를 조절하거나 자산을 늘리는 방법인데, 후자는 (소득 창출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고 경기가 좋은 게 아니라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건은 어떻게 소비를 가계의 자산에 맞춰 조절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이 자산대비 소비 조절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은퇴설계 자문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택금융공사, 11월까지 채무정리 특별캠페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서민과 중소주택업체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오는 11월23일까지 '채무정리 특별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 기간 동안 연체고객이 채무감면 및 분할상환 약정을 신청하면 공사가 고객에게 부과하는 최대 연 15% 이자를 감면해준다. 또한 분할상환 기간 중에 발생하는 이자도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분할상환 약정금액의 5% 이상을 납부하면 약정체결 및 신용도판단정보 조기해제가 가능하다. 개인은 최대 8년, 사업자는 15년 동안 매월 균등방식 또는 균등 감소방식으로 분할상환할 수 있다.


김동만 한국주택금융공사 채무관리부 팀장은 "전세자금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을 연체하게 되면 원금도 부담인데 이자가 연 15%씩 늘어나니까 상환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캠페인 기간에 신청하면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고 약정금액의 5%만 납부해도 신용회복이 되므로 장기 상환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무감면 및 분할상환약정 신청은 공사 홈페이지(http://www.hf.go.kr)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