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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권/국내증시

외상거래, 증시 흔들고 '개미' 잡는다


외상거래, 증시 흔들고 '개미' 잡는다
[심층진단-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②신용·미수]


#회사원 A씨(43세). 이른바 '차화정'이 뜬다는 말에 대형 자동차주 매입에 나섰다. 지수가 2000을 넘어가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는 판단에 신용거래까지 손댔다. 초기에는 조금씩 주가가 오르면서 레버리지 효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달초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하루만에 번 돈을 반납했다. 반대매매는 급한대로 은행예금으로 막았지만, 원금의 80%를 까먹었다.

A씨는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이나 주식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신용이나 미수는 ‘양날의 칼’이다.
주가가 오르면 레버리지 효과로 몇 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가가 늘상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국내증시처럼 변동성이 확대된 장에서 신용거래나 미수를 통한 주식투자는 말 그대로 폭탄으로 되돌아오기 십상이다.

손실을 본 계좌에서 반대매매로 주식매도물량이 급증하고, 투자자는 하루아침에 깡통계좌를 차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시적인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신용거래와 미수가 시장을 흔들고 사람까지 잡는 셈이다.

투자의 책임은 1차적으로 투자자 개인에게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과도한 고객 손실 위험을 도외시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증권사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 수백억 반대매매, 투자자는 울고 주식은 망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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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신용공여 반대매매 규모는 총 1772억원에 달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800선으로 떨어진 지난 9일과 10일에는 각각 484억원과 498억원에 달하는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같은기간 발생한 미수금 반대매매 규모도 2032억원에 달했다. 지난 9일 311억원의 반대매매나 나왔고, 이후 10일과 11일에도 200억원대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일부 종목에 집중되기 마련인 이같은 반대매매는 수급상 주가를 추가 하락시키고, 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면서 시장을 더욱 패닉에 빠뜨리는 악순환을 부른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거래나 미수 등 빚을 내는 주식투자에 대한 경고음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신용거래가 이미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다보니 이같은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융자기간은 30일, 90일로 짧지만, 금리는 연 7~12% 수준인 신용거래는 증권사에 쏠쏠한 수익원이다. 주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염려도 적다. 최근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관련 수익이 줄다보니 증권사들에 신용거래는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 됐다. 일반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60%, 온라인 증권사는 100%선을 신용공여 잔고 한도로 잡고 있다.


◇신용 미수 레버리지,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증권업계는 여전히 유동성 공급, 투자자의 기회 확대 등의 측면에서 신용거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 들어가서 손실을 만회해야하는데 왜 신용거래를 중단하냐?"며 금융감독원에 항의전화를 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 증권은 손실을 감수하고 신용융자를 전면 중단하는 `용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기관투자가에 비해 정보접근이 취약하고 기술적으로 미숙한 개인이 고위험 투자수단이 레버리지를 이용한 것을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신용거래 규모는 불과 5년전만해도 미수거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2007년 시장에 만연한 미수를 통한 투기성 단기매매를 축소하기 위해 미수 동결계좌제를 도입하면서 신용거래는 미수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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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 증시가 성장하면서 신용거래 잔고는 8월초 기준으로 13조원대로 커졌다.
당장 신용거래를 전면 중단시키는 식의 규제는 비현실적이지만 신용공여한도 하향, 신용거래보증금율 상향 등은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돱우선 증권사들이 투자자 개인별 신용에 따라 신용거래 한도를 좀더 강하게 모니터링하고, 종목별 증거금율 관리 인력이나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돲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도 지난 22일부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신용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등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한 시장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승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신용거래로 인해 신용불량자나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는 상황은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개미가 살아남기 힘든 만큼 금융당국이 시스템적으로 변동성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출처:매일경제
원문:http://news.mt.co.kr/mtview.php?no=2011082316512662516&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