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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전] 미리 정한 가격에 미래에 물건을 사고 팔 권리 `옵션`


 그림[옵션/7월물/275Call]

[금융사전] 미리 정한 가격에 미래에 물건을 사고 팔 권리

`옵션(option)`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선택할 수 있는 것`, `선택권`이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옵션은 이런 의미로 활용된다. "내게 주어진 옵션이 뭐야"라는 말은 말 그대로 선택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얘기다.

전문 금융용어로 옵션은 좀 더 의미가 좁다. 특정한 기초자산을 계약당사자가 미리 정한 가격에 장래의 특정시점(혹은 그 이전에)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많은 이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옵션거래의 의미는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이해를 위해 기억할 포인트는 옵션이 권리라는 것, 그리고 `사거나(콜옵션), 파는(풋옵션)` 두 가지가 모두 이용된다는 것이다. 권리이기 때문에 꼭 사거나 팔아야 할 의무가 없다. 이 점에서 옵션은 미래 특정시점에 특정가격으로 매매의무가 주어지는 선물(forward)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셈이다.

자산가격의 상하향 변동위험을 방지

옵션은 원래 자산 가격변화에 따라 보유자가 손해를 입거나, 투자기회를 잃어버리는 사태를 방지하는 위험회피, 헤지(hedge)의 목적으로 도입됐다. 자산을 살 권리인 콜옵션은 가격상승, 자산을 팔 권리인 풋옵션은 가격하락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없애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자. 지금 한 주에 1000원인 주식을 1년 후에 사고 싶어하는 투자자를 가정해보자. 1년 후 이 주식이 2000원으로 올랐다면? 투자자는 같은 가격, 원하는 물량의 주식을 살 수 없다.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면 고작 절반의 주식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리 원하는 물량을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샀다면 해당 투자자는 예정대로 원하는 물량의 주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콜옵션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이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의 수익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지금 한 주에 1000원하는 주식을 가지고 이를 1년 뒤에 팔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이번에는 반대로 1년 뒤 주식가격이 500원으로 떨어졌다면? 주식을 가진 투자자는 같은 가격, 원하는 물량의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 수 없다. 그러나 1년 뒤 1000원에 주식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샀다면? 역시 풋옵션을 산 투자자는 본인의 계획대로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이라는 자산을 가졌거나, 가지길 원하는 사람에게 콜옵션은 가격의 상승에 따른 위험을, 풋옵션은 하락에 따른 위험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옵션을 구입하기 위한 일부 비용은 불가피하다.

투기거래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옵션이 가격의 변동에 따른 위험회피 기능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금융 파생상품이 그렇듯 특히 옵션거래는 작은 투자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본래의 목적인 위험회피보다는 투자수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빈번하게 활용된다. 수십만 원의 옵션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만기에 수백,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의 이 같은 사례는 2010년 도이치 증권이 대규모 수익을 거둔 풋옵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11월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12포인트 떨어진 1914.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시기에 예상하기 힘들었던 이례적인 급락이었다. 이 날 급락은 외국계 증권사인 도이치 증권 창구가 삼성전자 47만주, 현대차POSCO도 66만주와 31만주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나타났다. 가격하락에도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었던 풋옵션 투자자는 큰 수익을 냈다. 특히 수혜자중에는 물량을 쏟아낸 도이치증권이 포함돼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 날 급락으로 풋옵션 투자자들이 거둬들인 수익은 투자금의 약 10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하락을 예측해 10만원을 투자했다면 1000만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전문 투자회사의 경우 옵션의 수익구조를 이용해 시중금리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전략은 소위 `양매도`다. 시장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팔아 수수료를 받는 전략이다. 양매도 전략은 실제 주식가격이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예상범위를 이탈하면 손실이 무한대로 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글로벌 위기 당시 우수 중소기업을 퇴출위기로 몰아넣은 키코(KIKO) 상품과 손익구조가 비슷한 셈이다. 도이치증권이 풋옵션으로 수익을 보는 한 켠에서 국내 자산운용사 중 일부는 양매도 전략을 취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퇴출돼 시장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국내 옵션거래시장은 이처럼 투자자들이 포지션에 따른 헤지목적 자체보다 추가적인 투자수익을 노리는 목적으로도 활용돼 투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매도 전략 수익곡선



경영자는 콜옵션, 채권자는 풋옵션?

콜옵션과 풋옵션은 기업의 행태를 설명하는 도구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흔히 경영자는 콜옵션 매수자, 채권자(은행)는 풋옵션 매도자로 설명된다. 왜 그럴까? 기업을 경영해 수익이 발생하면 경영자는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는다. `사상 최대의 실적`에 늘 따라붙는 것은 경영진의 `보너스잔치`다. 반면 기업이 적자를 봤다거나, 수익이 제자리걸음을 했을 경우 기업 경영자에 미치는 불이익은 미미하다. 보너스는 없지만 그렇다고 임금이 큰 폭으로 삭감되는 경우는 드물다. 임금동결이 나쁜 실적에 대해 회사가 경영층에 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조치다.

이런 구조를 요약하면 "실적이 마이너스나 제자리걸음이면 보상은 `0(제한적인 경우 소폭 마이너스)`, 실적이 오르면 그 폭에 비례해서 보상이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기업경영자의 이런 수익곡선은 기존 임금을 바닥으로 할 때 콜옵션 그래프와 거의 유사하다. 위험이 높은 신사업을 시도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게 경영자 입장에선 기존 실적을 방어적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유인이 큰 셈이다. 글로벌 위기 후 문제가 됐던 스톡옵션은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같은 성향을 더욱 가속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어떤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 은행의 수익곡선을 어떨까? 정상적으로 회사가 영업을 계속한다면 채권자가 가진 원본과 이자수익을 보상받는다. 회사가 특별히 실적을 올렸다고 채권금리를 더 주지는 않는다. 대신 회사에 이상이 생겨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채권자는 회사가 갚을 수 있는 금액에 비례해 원금의 일부만을 받을 수 있다.

요약하면 평시에는 `원금+이자`라는 채권의 일반수익, 회사가 이상이 생겼을 경우 부실규모만큼 손실을 보는 셈이다. 이는 자산의 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풋옵션 매도자의 수익곡선과 비슷하다. 은행과 채권자가 기업의 위험감수에 대해 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영자와 채권자는 기업이 시장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갈등을 하지 않는다. 이 때 주도권은 당연히 경영자에게 있다. 그러나 일단 기업의 채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면 주도권은 채권자들에게 넘어간다. 손해를 보는 쪽이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와 채권자의 수익구조를 떠올려보면 상황에 따라 기업에 대한 권리를 쥐는 쪽이 왜 바뀌는지 이해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출처: 김태근/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