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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中 돼지값 뛰니 곡물값 요동… 세계 인플레 주범?

中 돼지값 뛰니 곡물값 요동… 세계 인플레 주범?

“중국 돼지고기값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의 증가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평균 4%대에 머물렀던 물가상승률을 올 들어 6%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중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인플레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사료값 안정을 위해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곡물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이중 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커져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긴축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위안(약 1만 8400원)만 들고 시장에 가도 제법 풍성하게 먹을 만큼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절반도 채우기 힘들어요. 그나마 중국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살기가 좋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뛰는 베이징 물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민 이영숙(43·여·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신청)씨가 늘어놓는 푸념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지난 7월(6.5%)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중국 소비자물가는 식품 부문이 주도하고 있고, 돼지고기가 식품 부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단일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0%라는 게 중국 사회과학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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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1월 초 1㎏당 18.90위안에서 지난 23일 26.29위안으로 뛰어올랐다. 1년 전보다 무려 65%나 치솟았다. 앞서 7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57% 올랐을 때 식품 가격은 14.8% 상승했고, 소비자물가는 6.5% 상승하며 3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7월 물가를 1.37% 포인트나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돼지가 중국은 물론 세계 인플레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죽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를까.

그렇다고 양돈 농가의 소득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돼지 50여 마리를 기르는 쓰촨(四川)성 광한(廣漢)시 롄산(連山)진의 뤄아이(羅阿姨·53·여)는 요즘 죽을 맛이다.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 사육 원가가 너무 올라 이익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가 보도했다. 뤄아이는 “1년 동안 뼛골 빠지게 돼지를 길러도 모래 채취 사업을 하는 남편의 한달 월급 3000위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6개월 기른 돼지를 시장에 내다 팔면 1500위안 정도 받는데 사료비 등 원가를 제하면 실제로 손에 거머쥐는 돈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들 양돈 농민이 기르는 돼지는 지난 4월 말 현재 4억 6530만 마리다.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돼지는 곡물 먹는 ‘하마’로 불린다. 돼지 체중 1㎏을 불리기 위해서는 3㎏의 곡물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규모에다 엄청난 식성을 지닌 돼지를 기르는 중국으로서는 사료용 옥수수·콩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이 곡물 수입에 나서다 보니 국제 곡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2009년 5만t에 불과했던 옥수수 수입량은 올해 6만t(추정치)으로 2년 새 20%나 급증했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8월 1t당 143달러에서 지난달 284달러로 98.6% 오른 데는 중국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미국 시카고선물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콩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서 사 간 콩은 2009년 4100만t에서 올해 5500만t(추정치)으로 폭증했다. 가격도 1년 새 35% 상승했다. 야오젠(姚堅)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도시화로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중국은 돼지고기의 품질과 가격 통제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져 사회 불안요인으로 등장하자 중국 지도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돼지고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대형 양돈장에 25억 위안을 지원하고, 양돈 농가에는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퇘지 1마리당 1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안에는 돼지고기 가격을 무조건 낮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출처: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1001004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