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inFo/국제경제

외환보유액, 예상보다 덜 줄어든 까닭은

외환보유액, 예상보다 덜 줄어든 까닭은

- “외국인 채권 매수세 지속…대규모 개입 유인 크지 않았다”

지난달 환율 방어용으로 소진된 외환보유액은 예상 범위를 훨씬 밑도는 것이었다. 
그동안 외환전문가들은 지난 9월23일 단 하루에 외환보유액 수십억달러를 썼을 것이라며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붕괴를 당연시했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예측보다 훨씬 적은 돈을 써서 지나친 환율 급등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이며, 앞으로도 환율 급등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5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대규모 매도가 일어나고 주가가 2% 이상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환율이 오히려 하락(원화강세)한 것은 ‘의외로 덜 줄어든 외환보유액’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 왜 이런 착각이 일어났을까? 앞으로도 외환보유액의 대량감소 염려는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 아시아계 자금의 채권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외환 당국이 굳이 대규모로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분석한다. 또 투기 세력을 꺾기 위해 매수와 매도를 병행하며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단행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줄어든 외환보유액이 적었다는 분석도 있다.

◆ 9월 외환보유액 88억달러 줄어드는데 그쳐

9월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이 9.5% 추락, 2009년 2월 이후 최대의 월간 낙폭을 보인 가운데, 외환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 당국이 추석 연휴 직후부터 약 8일간 최소 150억달러 가량을 방출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 때문에 8월 기준으로 3121억9000만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이 9월에 3000억달러 이하로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심리적 불안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 속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3000억달러가 무너졌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개입 규모가 122억달러 이하였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발표된 9월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달러로, 외환보유액 감소분은 88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에서 40% 가까이 차지하는 기타 통화(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통화)가 대체로 약세를 보인데다, 환율 방어에 따른 달러화 방출을 감안하면 줄어든 폭이 현저히 작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추석이 꼈던 주에만 100억달러가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이 플러스(+)라고 하더라도 이게 엄청났어야 두 가지 요인(외환보유액 감소와 기타 통화 가치 하락)을 상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신재혁 국제국 국제총괄팀 과장은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벤치마크 수익률 보다 낮지 않다"고 말했다. 

◆ 외국인 채권 매수세 지속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지 않은 것에 대해선 관측이 분분하다. 

일단 외환 당국이 밝힌 대로 실제 개입 규모가 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전망은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세가 뒷받침한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 강도는 8월에 두드러졌었고 9월에도 약해지긴 했지만 유지됐다. 

한 전문가는 "유럽계 자금은 자국의 재정위기 여파로 철수하고 있지만, 아시아계 자금은 현 환율 수준을 고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원화 자산을 저가 매수하는 세력(아시아계 자금을 지칭)이 있다보니까 당국이 홀로 환율을 방어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환율 방향에 대한 외환 당국의 자세도 대규모 개입 가능성을 낮춘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시점(환율 하락)에 원화값 오름폭은 다른 신흥국 대비 가장 더뎠다. 하지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 들어 원화값 내림폭은 가장 가파르다. 이는 외환 당국이 원화 약세보다 강세에 신경쓴다는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달러 매수 개입 강도보다 매도 강도는 약했고, 이번 개입에 쓰여진 외환보유액도 크지 않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외환 당국이 환투기 세력에 맞서기 위해 매수와 매도 양방향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단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감이 반복되며 결과적으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스무딩 오퍼레이션과 국제 기관의 거래를 외환보유액 변동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환율 하락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한국은행은 환율이 급등하면서부터, 금융위기 이후 늘려왔던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이자 수익 같은 항목이 늘며 외환보유액 감소분을 상쇄했겠지만, 선물환 포지션 감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5/20111005020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