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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엔화약세 당분간 지속…한국기업 좋은 시절 끝나가나


 
엔화약세 당분간 지속…한국기업 좋은 시절 끝나가나
 


 
20일 일본 정부는 1월 무역수지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수출 강국' 일본의 자존심이 또 한 번 무너진 셈이다. 1월 일본의 무역적자는 1조4750억엔(약 190억달러)으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급감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 적자가 2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원인을 엔고에 두기보다는 '중국 춘제(설) 연휴'의 영향으로 돌렸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만성적 무역적자'가 아닌 '계절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일본의 대중국 수출의 경우 지난달 중국 공장들이 춘제 연휴에 돌입하면서 철강, 반도체, 플라스틱 등의 수입 감소가 두드러졌다. 중국 수출은 1월에 20.1% 급감했으며, 춘제를 보내는 대만에 대한 수출도 28.3% 줄었다. 수입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28.2% 급증하는 등 에너지 원료의 수입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수지 전망을 밝게 해주는 핵심 이유는 바로 엔화 환율이다. 일본 기업의 수출길을 꽉 막아놨던 엔고의 위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월 들어 엔화 가치는 약세로 돌아서 달러당 80엔에 접근하고 있다. 1월 사상 최대를 기록한 무역적자도 달러화 대비 엔화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엔고에 신음해왔던 일본 기업들은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수출제품 단위당 가격을 그만큼 낮추면서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보전하게 하는 '환율의 가격 기능'을 작동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무역수지 적자가 흐름으로 굳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1월 사상 최대 적자는)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일본 제조업계는 엔고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는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는 향후 4년간 생산량을 5배 늘리기로 결정했는데, 신규 투자는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짓기로 했다. 닛산자동차도 동남아 등 해외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자국에 역수입하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일본의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엔고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파산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시라이시 히로시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이 (적자 폭은 줄겠지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고와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 시장을 빠져나간 외국 투자액은 1832억엔에 달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14일 일본은행이 내놓은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엔고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값은 79.45엔에 마감했다. 엔화 환율은 지난해 10월 말 달러당 75.83엔까지 낮아지며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다.


시라카와 총재는 17일 한 토론회에서 "추가 완화 결정은 정치적 압력이 아닌, 중앙은행으로서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며 "물가 목표치를 1%로 설정한 것이 경기부양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보이더라도 이로 인해 일본 무역수지가 당장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엔화 약세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지가 불투명하다. 예컨대 달러 대비 엔화값이 100엔까지 내려갈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일본은행의 결정이 화끈하고 중요한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며 "엔ㆍ달러 환율은 올해 안에 100엔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규모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998년 8월 이후 엔화 가치는 46% 올랐는데, 10조엔 규모로는 그러한 추세를 뒤집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 헤지펀드 프롤로그캐피털의 토머스 젤프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량이 너무 적다"며 "오랫동안 지속된 엔고가 이제 끝났다는 것에 투자자들은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