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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다시 불붙은 `유가 200달러 論`..수급보다 정치


 
다시 불붙은 `유가 200달러 論`..수급보다 정치
이란 영향, 리비아 내전보다 심각..정치가 수급 좌우
이란 제재 본격화·수요 커지는 하반기가 분수령 
 


 국제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유가 상승세와는 달리 정치변수에 의해 수급이 좌지우지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21일(현지시간) CNBC는 최근 원유 시장에서는 영국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12개월 안에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0달러 초반까지 치솟았고, 브렌트유는 126달러대를 돌파했다.  


▲ 지난해 이후 국제유가 추이, 녹색은 브렌트, 파랑색은 서부텍사스산(WTI)(출처:WSJ)
유가 200달러 논쟁은 국제 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했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WTI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작년에도 리비아 내전 영향으로 WTI는 113달러, 브렌트유는 121달러까지 오르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로 전략비축유까지 방출됐지만 200달러 논쟁이 활발하진 않았었다. 그만큼 현재의 국제 원유 수급상황이 당시보다 더 빡빡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2월 하루 평균 원유 잉여생산분은 250만배럴로 지난해 370만배럴보다 낮아진 상태다. 이에 더해 원유 수요 역시 하루 평균 100만배럴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수일간 유가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에 육박하면서지난 2008년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아직까지 회복세가 만족스럽지 못한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전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평소보다 수급이 빡빡해진데다가 정치적인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 이란과 서방세계 간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면서 원유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란 사태에 앞서 남수단 내전 등의 영향으로 국제 원유는 일평균 75만배럴의 생산이 이미 중단된 상태였다. 

정치 변수 때문에 유가 200달러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엔 유가가 2002년 이후 5배나 뛸 정도로 상승 속도가 무서운 반면, 원유 매장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미국과 유럽의 계절적인 원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유럽연합(EU)의 이란 원유수입 금지와 미국의 이란중앙은행과의 원유거래 제재가 7월 이후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IEA는 이 두 가지 요인만으로 이란의 원유공급이 하루 평균 100만배럴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어두운 전망은 원유 투기 수요를 늘리고 유가 변동성을 더욱 높일 조짐이다. 최근 고공 행진을 지속했던 유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필요하면 증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마리아 밴더호븐 IEA 이사는 "아직 원유시장 수급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의 원유 공급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가 불확실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