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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사회

제로금리? 시간 무시한 정책은 화를 부른다


제로금리? 시간 무시한 정책은 화를 부른다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은 일찍이 "자유보다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는 평등도 자유도 모두 잃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반자유주의적이며 반시장경제적인 정서가 짙게 드리워져 사회주의의 망령이 이성과 합리성을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한국 하이에크소사이어티는 자유의 소중함을 널리 전파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자유경제스쿨´을 창립하여 연구 교육 홍보활동을 해왔습니다.

<데일리안>은 한국 하이에크소사이어티와 함께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뒷받침할 오피니언 리더들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독자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현재의 제로금리 기조를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발표하자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하루 상승폭으로는 2009년 3월 이후 최대인 43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경제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세상에서 사건들은 시간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현상은 결코 스냅 샷, 즉 정태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제외하면 오류가 나온다. 그런데 보통 이 사실을 잊는다.

시장점유율만 봐도 그렇다. 어느 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 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소비자를 만족시켰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독점이라 비난하며 규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경제를 스냅 샷으로 보고 오판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요즈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역시 경제를 정태적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정부 시절 경제가 발전한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서 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시간을 무시하고 박정희 시대라는 스냅 샷만을 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시기와 그 이후의 시기 모두를 봐가며 시간에 걸쳐 평가해야 한다.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 시기에는 외환 및 수입 규제 등 많은 반시장적인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은 많이 했지만 수출증대를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와 조세감면 등 시장친화적인 경제정책이 추진되었다. 이것이 박정희 정부 시절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의 성격에 따라서 경제가 발전하든가 아니면 경제가 침체된다. 새로운 경제정책이 친시장적이면 경제가 발전하고 반시장적이면 경제가 후퇴하게 된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복지제도가 잘되어 있고 경제성장도 좋은 스웨덴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스냅 샷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70~1970년 1세기 동안 스웨덴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 기간 동안 스웨덴 경제의 특징은 외국과의 개방적인 무역, 자유로운 기업 활동 등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체제였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자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오랜 경제침체를 겪은 스웨덴은 1991년 구조개혁을 단행하였다. 복지제도 일부를 개혁하고 세금을 인하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조치를 취했으며, 많은 규제완화를 단행하였다. 그 결과 1994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1998년부터는 OECD 다른 국가들보다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제도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없앨 수 없다. 복지제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제도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현시점에서 보면 잘 갖춰진 복지제도에서 경제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제도를 개선하고 시장경제원리로 복귀한 결과라는 사실은 다 잘라 버리고 보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금융위기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무시한 정책이 화를 불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는 자연자원, 노동, 자본재, 그리고 소비재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시간(time)이다. 사람들은 미래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오늘 저축과 투자를 선택한다. 이것은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달려 있다.

미래 소득과 소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저축을 하고, 현재 소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차입을 한다. 현재 소비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미래 소득과 소비를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을 포기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금리다. 따라서 금리는 시간에 대한 가격이다.

금리는 시간선호로부터 나오고, 모든 생산 활동은 시간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산자는 금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만약 정부가 시간의 가격인 금리를 인위적으로 방해하면 모든 생산 활동을 방해하게 되며 심각한 경제변동이 일어난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에서는 수익성이 없었던 투자 프로젝트가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그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잘못된 투자를 유도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시간선호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저축이 늘어나지 않아 기업의 장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낮은 금리 때문에 소비자들은 저축을 줄이고 현재의 소비를 더 늘린다. 이 투자 증가와 소비 증가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호황을 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자 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투자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며 경제는 불황에 빠진다. 지난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나타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잘못된 투자가 교정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국은 이와는 달리 문제를 지속적인 저금리로 해결하려고 했다. 이것은 환자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진통제만 놔 준 것과 똑 같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저금리로 풀린 다량의 유동성으로 인해 전 세계가 지금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폭락하는 2차 금융위기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시간을 무시하는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은 우리를 파괴할 뿐이다. 시간을 무시하는 경제이론은 버려져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경제이론을 진리인 양 떠받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책을 수립하며 추진하는 일들이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평온해진다.


출처:자유경제스쿨´(http://www.freemarketschool.org)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