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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은성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은성 KAIST 물리학과 교수


김은성(왼쪽)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연구원과 함께 고체헬륨의 초고체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물체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기체ㆍ액체ㆍ고체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기체ㆍ액체ㆍ고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물체상태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초유체ㆍ초고체가 그것이다. 초유체(superfluidity)는 액체의 끈끈한 성질인 점성이 사라진 유체를 말한다. 고체 안에서 초유체 현상이 일어나는 상태가 초고체다. '흐르는 고체'로 이해하면 쉽다. 초고체는 1969년부터 예견됐지만 아무도 실험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김은성(39)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2004년 처음으로 초고체의 존재를 시사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물리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고체는 구성 원자나 분자 사이의 결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개개의 원자나 분자는 자유운동을 할 수 없다. 고체의 원자나 분자는 서로 구속돼 정해진 위치에서 작은 진동운동만을 한다. 고체에서 초유체성이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현상(원자들의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고 간격도 가까워지기 때문에 수많은 원자들이 하나의 집단처럼 행동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김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2004년 스승인 모제스 챈 교수와 함께 고체 상태에서 처음으로 초유체성과 보즈-아인슈타인 현상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진자의 회전 관성이 변화하는 것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인 '비틀림 진동자(torsional oscillator)'에 액체헬륨을 넣고 대기압의 62배인 고압상태에서 냉각시켜 고체로 만들었다. 이후 온도를 낮춰가며 회전시켰더니 절대영도 근처인 0.175K(0K는 섭씨 ―273도)의 극저온에서 비틀림 진동자의 진동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일부 원자들이 초유체처럼 다른 원자 사이를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물질 상태를 초유체의 성질을 가진 고체라는 의미로 '초고체(supersolid)'라고 이름 붙였다. 

김 교수가 발견한 초고체 현상은 초전도체와 초유체 발견에 비견될 만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서 특집기사를 실었고 뉴욕타임스는 과학면 전면기사로 초고체를 조명했다. 전 세계 실험실 10여곳에서 김 교수의 실험을 재현했고 초고체의 존재가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하지만 물리학계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발견한 초고체가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물성 변화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초고체 같은 실체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해 매우 빠른 속도로 고체 헬륨을 회전시켜 초고체 상태가 파괴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해 초고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이러한 의혹을 잠재웠다.

초고체 연구는 노벨물리학상의 차기 수상 분야로 꼽히고 있다. 액체헬륨의 초유체 연구는 네 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고체헬륨의 초고체 현상도 초유체만큼이나 학문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김 교수는 물리학계에서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초전도 현상과 달리 초유체와 초고체는 아직까지는 물리적 현상일 뿐이다. 김 교수는 "사실 초고체를 어디에 응용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딱히 답할 것이 없다"면서 "기초과학은 당장 응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초전도체나 초유체처럼 새로운 현상의 발견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108/e20110831170621938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