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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도세포, 당뇨병 원숭이에 이식… 당뇨병 완치 ‘청신호’

돼지 췌도세포, 당뇨병 원숭이에 이식… 당뇨병 완치 ‘청신호’

 


국내 연구진이 돼지의 췌도(膵島) 세포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 이식해 6개월 이상 면역거부반응 없이 건강하게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 등 영장류 실험은 인간에게 적용하기 직전 단계여서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을 통한 당뇨병 완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서울대 의대 박성회 교수팀은 당뇨 원숭이 8마리에 돼지 췌도 세포를 이식, 4마리가 부작용 없이 6개월 이상 생존했다고 31일 밝혔다. 췌장에 있는 췌도는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는 조직이다. 연구팀은 10㎝ 정도 돼지 췌도에서 수백∼수천개씩 뭉쳐 있는 인슐린 분비세포를 분리, 원숭이 간을 관통하는 혈관에 주사했다.

실험에는 미국 시카고의대 김윤범 교수가 개발해 2004년 서울대에 기증한 장기이식용 무균 미니돼지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식 10일 전부터 자체 개발한 면역 억제 항체(MD-3)와 기존 보조억제제 2종을 투여해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

실험 결과 췌도 이식 전 400∼500㎎/㎗로 높았던 원숭이 혈당이 이식 4개월 후 면역억제제 등의 투입을 중단했음에도 6개월 이상(최장 7개월) 정상 혈당치인 평균 83㎎/㎗을 유지했다. 면역억제제 투여 중단 후에도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은 동종(同種) 간 장기이식에서도 드물다. 이종이식에서는 세계 최초의 결과다.

박 교수는 “췌도가 완전히 망가진 소아당뇨병(1형)은 물론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한 성인당뇨병(2형)도 완치 가능함을 시사한다”면서 “새로운 면역조절 항체를 이용하면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간 조혈모세포(골수)나 줄기세포 이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마리 원숭이 중 이식 췌도의 생존기간이 6개월 이상인 원숭이가 4마리 이상일 때 사람 대상 임상시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관찰기간이 7개월로 짧아 당장 사람에게 적용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2년 이상 생존기간을 관찰하고, 조직을 정밀 검사해야 완치 여부와 인수공통 전염병 출현 가능성 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