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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사회

한미 FTA 발효로 가격 내려가나…와인·오렌지·의류 싸진다


 
한미 FTA 발효로 가격 내려가나…와인·오렌지·의류 싸진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제품의 가격 인하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첫날인 3월 15일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일제히 한미 FTA 관련 행사를 시작했다. 일반 국민들이 한미 FTA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 하락이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홀쭉해진 지갑이 조금이나마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김정희 씨(38)는 “과일이나 육류 등의 가격이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와인이나 주스 같은 제품들도 가격이 낮아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미 FTA 발효로 식음료 부문과 와인 등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도·오렌지 주스는 각기 45%와 54%의 관세가 사라진다. 예를 들어 현재 2만8990원인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2병)는 1만8800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미국산 와인도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즉시 볼 수 있는 품목이다. 15%에 이르는 관세가 없어진 데다 미국산 와인 수업업체들이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가격을 10% 안팎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와인을 미국에서 수입할 때 종전에는 6824원의 세금(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물었지만 발효 후에는 4630원의 세금만 물면 된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지만, 가격 인하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FTA가 발효 중인 유럽산 와인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일과 곡물류의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미국산 수입 오렌지는 감귤 출하 성수기인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50%인 현행 관세를 유지하지만 무관세 쿼터 물량이 대량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비수기인 3월부터 8월까지는 관세율이 30% 인하되고 7년간 연차적으로 관세가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오렌지 수입물량은 지난 2009년 7만112톤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는 16만2478톤으로 급증했다. 

미국산 포도는 우리 포도의 출하기인 5~10월에는 종전 관세 45%가 17년에 걸쳐 철폐되고, 10월부터 이듬해 4월에는 24%로 인하됐다가 점진적으로 사라진다. 

체리, 건포도, 아몬드도 관세가 사라진 제품들이다. 200g에 1만원에 육박하는 체리는 8000원까지 가격 하락이 가능해진다. 

이 밖에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자몽은 30%의 관세가 5년에 걸쳐, 키위는 45%의 관세가 15년에 걸쳐 사라진다. 오이, 가지, 호박 등 미국산 채소도 27%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감자·옥수수·과일 관세 대폭 인하 

감자, 옥수수, 밀 등의 곡류 역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많은 농산물이다. 옥수수의 경우 7년간 328%의 관세가 사라진다. 식용감자의 관세는 304%나 된다. 계절관세를 도입해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수입하는 물량은 관세가 사라진다. 

일부 공산품의 경우에도 관세 인하로 가격 인하 여력이 발생한다. 의류와 가방, 운동화 역시 관세가 사라진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미국 브랜드 제품들의 제조국이 제3국인 경우가 많아 FTA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고급제품의 경우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타미힐피거 남성 티셔츠(7만2000원)는 13% 관세가 사라지면 6만3700원이 될 수 있다. 캘빈클라인 여성 스키니진(8만9000원) 역시 관세 인하 효과를 그대로 반영하면 7만원대로 가격이 낮아진다. 뉴발란스 운동화 중 스티브 잡스가 신어 유명해진 993모델(23만9000원)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라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미국산 화장품 역시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 색조화장품은 3년 내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맥, 바비브라운 등 국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의 색조라인은 3년 후 가격 하락이 가능하다. 미국산 맥주도 7년 이내 30%의 관세가 사라진다. 미국산 냉동삼겹살은 2014년에 관세가 사라진다.  


 미국산 차, 가격 하락 효과 커 

한미 FTA 발효로 가격 인하 효과를 가장 크게 보게 될 분야가 자동차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한미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는 물론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총동원해 최대한 가격을 낮춰 차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4% 낮아지고 배기량 2000㏄ 이상 차량의 경우 개별소비세도 2%(통관 이전 가격 기준) 줄어든다. 이런 점만 고려하면 6%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기지만 포드 차종은 최고 8.9% 싸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링컨 MKX가 대표적이다. 이 차의 소비자가격은 5990만원에서 5375만원으로 615만원 낮아졌다. 포드의 간판 모델인 대형 세단 토로스SHO의 값은 5240만원에서 4955만원으로 285만원(5.4%) 싸진다. 

GM코리아도 이미 지난 2월 말 캐딜락 전 차종의 가격을 100만~400만원 내렸다. 크라이슬러도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컴패스 등의 2012년형 모델 가격을 2~3% 인하했다. 도요타는 신형 캠리 가격을 1월에 100만원 낮추는 등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차종에 관세 인하분을 미리 반영했다. 

BMW는 미국산 SUV인 X3·X5·X6의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가격 인하 외에도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장점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앞으로 먹거리와 와인, 맥주 등 주류를 중심으로 수입을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미 FTA에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미국산 수입 품목 확대를 모색해 왔다”면서 “와인과 맥주, 식품류 등 전반적으로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관세가 낮아진다고 해서 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한·EU FTA 발효 이후에도 유럽산 명품과 와인 등 일부 품목은 가격 인하 생색만 내거나 오히려 끌어올린 사례도 적지 않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이전부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수입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만큼 막상 발효가 된 현재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가격 인하, 유통업체 몫으로 갈 수도 

한국수입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가격 인하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국내에선 유통업자들이 초기에만 슬쩍 가격을 내렸다 다시 올리는 수법을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일부 유통업체와 수입상들의 배만 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등 아웃도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 리바이스, 폴로, 나이키 등 미국 의류 브랜드들도 가격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 업체들은 생산공장이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 제3국에 있기 때문이다. FTA의 원산지 규정으로 인해 관세 인하나 철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실제 국내 판매 제품 대부분을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는 노스페이스 같은 브랜드는 FTA 효과가 없다. 

애플의 아이패드, 아이폰, 맥PC 같은 전자기기도 가격 인하 요인이 없다. 이 품목들은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소고기는 당분간은 가격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관세가 매년 2.7%씩, 향후 15년간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