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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BUY 그리스"...IMF 겪은 한국, 이젠 M&A 나선다

"BUY 그리스" 

14년만의 일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화 유동성 부족에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IMF(국제금융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알짜 은행과 기업, 자산들을 외국에 헐값에 넘겼다.

이번엔 한국이 쇼핑에 나선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의 은행 및 기업, 자산 등을 매수하기 위해서이다.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정부도 한국 기업의 진출에 호의적이다.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부실을 정리하고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한국이 경험했던 구조조정 노하우(?)를 그리스에 전수해줄 차례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그리스 정부와 공동으로 한국의 주요 증권사 및 연기금, 은행, 기업 등을 대상으로 공기업 민영화 설명회 및 1대1 상담회를 갖기로 했다. 

그리스 현지에서 진행되는 이번 설명회에는 그리스 재무부와 환경에너지부, 투자청 등이 설명회를 주관한다. 공기업 실사를 위한 현장 방문도 이뤄진다. 

코트라는 그리스 정부와 프리젠테이션 대상 기업 및 일정에 대해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에선 참여 증권사 및 기업 등을 모집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에도 참여 의사를 타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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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 1차 매각 대상에 포함된 그리스 국립 은행.
코트라 관계자는 "올 상반기 몇몇 증권사들이 개별적으로 그리스 기업 인수에 대한 정보 조사 및 협조 요청을 의뢰해 이를 체계적으로 확대, 민간 사절단을 꾸리게 됐다"며 "그리스 정부도 한국 기업의 그리스 진출에 호의적이어서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발 빠르게 그리스 현지 조사에 들어간 금융기관도 많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일주일간 그리스 현지를 방문해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인수 합병을 위한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우리투자증권은 PEF나 기업과 연계해 그리스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스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오르기 크리스토 두라키스 그리스 재무부 차관보는 코트라 현지 무역관과 인터뷰에서 "공기업 민영화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며 "한국기업들이 공항 및 항구 등 인프라 투자에 참가해 유럽과 지중해 연안에 진출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 확충을 위해 2015년까지 500억 유로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 지분도 매각해 약 150억유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리스 정부는 알짜 기업들을 대거 매각 대상으로 내놓았다. 올해안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16개 기업은 독과점 기업이거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알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로또복권사업자나 카지노 경마 등은 물론이고 가스 및 전력, 항만과 방산업체까지 포함돼 있다. 

로또 및 스포츠 도박 사업자인 OPAP는 지난해 매출 49억유로에 순익 8억9300만유로를 올린 알짜기업이다. 그리스 전역에 영업망을 갖춘 포스트뱅크나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그리스은행(NBG)도 매물이고 피레우스 항만과 데살로니카 항만 등도 유망한 매물로 손꼽힌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리스 기업 및 자산이 헐값에 나와 투자 기회는 상당히 크다"며 "사이즈가 큰 공기업 민영화는 물론이고 프라이빗 섹터의 인수합병 기회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리스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우선 해결돼야 할 과제도 많다. 최근 그리스 노조는 48시간 총 파업을 결의하는 등 사회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그리스 노동법 상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풀어야할 숙제다. 그리스 은행들은 부실채권 비율이 5~10%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론 30%가 넘는 곳이 많다.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그룹인 블랙록이 그리스 은행 부실에 대한 정밀 실사 및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해 다음달 말 결과를 낼 예정이다"며 "그리스 은행의 부실을 확인해 이를 정리해야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투자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나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사회 제도적 안전장치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겪었던 사회 경제적 구조조정을 그리스 시장에서 재연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1102009424556682&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