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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경제

<경상수지 `불황형 흑자' 다시 오나>


수출 호조세 지속‥자본재 수입은 11% 급감
"대외불안 속 불황형 흑자 지속ㆍ규모 둔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전월보다 10배 이상 늘었으나 수입이 줄어들면서 일종의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본격적인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는 가운데 흑자 규모는 점차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상흑자 늘었지만…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31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 2억9천만달러보다 10.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는 19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은의 전망치인 연간 155억달러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와는 반대로 수입은 줄어드는 일종의 `불황형 흑자'가 됐기 때문이다.

   통관 기준으로 수입 총액은 지난 8월 454억1천만달러에서 지난달 452억7천만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자본재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됐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자본재 수입은 119억8천만달러로 전월 134억5천만달러보다 10.9% 줄어들면서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본재 수입은 지난 4월 118억8천만달러, 5월 127억9천만달러, 6월 127억9천만달러, 7월 126억1천만달러, 8월 134억5천만달러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9월 119억8천만달러로 내려앉았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지난달 자본재 수입은 지난해 9월보다 4.5% 늘어나는 데 그쳐 전월의 14.1%에서 큰 폭 둔화됐다.

 
◇"불황형 흑자 이어질 것"
자본재 수입이 줄어든 것은 유로존을 중심으로 한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영배 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 때문에 기업들의 설비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면서 "이에 따라 자본재 수입을 줄인 것이 경상수지 흑자폭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자본재 수입 감소에 따른 경상흑자는 향후 성장력을 제약할 수 있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금융시장이 안정돼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불황형 흑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한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또 지난달 수출은 승용차, 철강제품 등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해 엔고(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승용차 수출 규모는 34억7천만달러로 전월 29억달러보다 16.4%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6% 증가해 전월의 33.6%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철강제품는 43억1천만달러를 수출해 전월 39억7천만달러보다 8.6% 증가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는 37.9% 늘어 전월 증가 폭 27.5%를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김 국장은 "엔화 환율이 사상 최고로 돼 있으니 그 부분에 혜택을 받은 부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가 굉장히 다운(침체)됐지만 우리나라 수출은 좋은 기조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아직 불황형 흑자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자본재 수입이 줄어든 것은 세계경제 불안에 따라 내수경기가 먼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기업은 투자를 미룰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도 둔화되는 양상을 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중수 한은 총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포럼 강연을 통해 "내년 중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애초 전망치인 170억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