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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때 집값 급등 주역… 이제 하락 이끈다


 한때 집값 급등 주역… 이제 하락 이끈다  



 ■집 팔기에 나선 베이비부머들

베이비부머 688만명 전체 세대주의 21%

부동산 처분에 나서면 집값 하락 불가피

"주택수요 감소 등 시장변화 적극 대비를"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한 이선호(56)씨. 최근 경기 분당의 138㎡짜리 아파트를 6억1,000만원에 팔고 용인의 소형 아파트 전세(1억8,000만원)로 이사했다. 은행 빚 1억4,000만원을 갚고 나니 손에 쥔 돈은 2억9,000만원. 이씨는 이 중 1억5,000만원으로 분당의 한 상가에 식당을 차렸고, 나머지 1억원은 서울 화곡동의 60㎡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받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서 30년 청춘을 보냈지만, 내집 마련하고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등골이 다 뽑혔다"면서 "한 채뿐인 집을 처분하지 않고는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주택시장의 메가톤급 변수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계층이었다. 주택시장에 본격 진입했던 1985~1990년엔 소형 주택가격 급등을 견인했고, 2000년대 들어선 중대형으로 대거 갈아타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부동산 처분에 본격 나서면서 또 한차례 주택가격 결정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6%인 688만명. 특히 이들이 세대주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1%에 이를 만큼 거대 계층이다. 하지만 대출 받아 집을 넓히고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보유 주택을 빼면 금융자산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결국 은퇴 후 소득 감소를 감안할 때 부동산을 팔아 자산 포트폴리오를 금융자산 위주로 재편하거나 창업에 나서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황원경 연구위원은 "은퇴 후 노후생활 자금으로 최소 3억6,000만원, 적정 수준으론 5억4,000만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총 자산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24%에 불과하고, 그나마 자산 구조가 주택 등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황 위원의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우리나라 고령자의 주 소득원 가운데 금융자산 소득이나 연금 등의 비중이 워낙 낮아 부동산 매각을 통해 은퇴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본과 미국은 60세 이상 고령자 중 연금 생활자 비중이 각각 57.4%와 55.8%로, 우리나라(6.6%)보다 9배나 높다.

실제 2000년대 중반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시장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들 연령층은 최근 5년간 전체 연령층에 비해 4배나 많이 주택보유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 시중은행 지점장에서 퇴직한 김영배(55)씨는 서울 강남의 15억원짜리 아파트를 팔고 분당 7억원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그는 대출 등을 갚고 남은 돈 5억원으로 경기 수원의 상가 점포 3개와 서울 영등포 소형 오피스텔에 투자했다. 김씨는 "비싼 집을 깔고 있어봐야 고정 수입이 없으면 퇴직금 까먹는 건 순식간"이라며 "이제 300만원 이상의 월세가 들어와 노후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손은경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와 주택담보대출 위축 등 주택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