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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회사주려면 2조 내야…회장님 `울컥`


 
아들에게 회사주려면 2조 내야…회장님 `울컥`

 정의선, 지주사格 `모비스` 지분 없어 경영권 승계도 골치
 

◆ 정치권 순환출자 제동 ◆ 



 주요 그룹 가운데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가진 그룹은 삼성 현대차 한진 등 13곳에 이른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순환출자 금지가 현실화하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중 순환출자 구조인 데다 이를 풀려면 경영권 확보는 물론 승계 문제와도 직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면서 순환출자 구도를 풀어가는 묘수를 찾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기본적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여기에 현대제철까지 연결돼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도 지분이 얽혀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16.88%) 지분과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5.66%)을 처분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은 약 28조원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가치는 6조3000억원 정도다. 초기 취득가액을 감안하더라도 계열사의 세금 부담이 최소 1조원은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는 단순히 세금 문제를 넘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승계 문제가 직결돼 있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가 타 그룹에 비해 복잡해지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상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질 경우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기업은 `현대모비스`라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문제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의선 부회장이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맞교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주가가 워낙 올라 현대글로비스에 비해 시장 가치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다. 정 부회장 보유 지분에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1%까지 합치더라도 현대글로비스 43.39%의 시장 가치(28일 종가 기준)는 3조2700억원 수준이다. 

반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의 시장 가치는 4조7500억원에 달한다. 1대1 교환비율을 맞춘다고 가정하면 1조4800억원의 갭을 메워야 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 가치가 높아져)이 갭이 마이너스로 바뀌면 순환출자 해소가 가능하다"며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23.8%를 보유하게 되고, 이후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60%까지 지주회사 지분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구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순환출자 고리인 현대제철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5.66%도 지배구조상 정 부회장이 사들이는 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돈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 주목하고 있는 비상장사가 바로 현대엠코다. 

정 부회장이 25.06%를 보유한 현대엠코를 키운 후 상장(IPO)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후 이미 상장된 현대건설과의 합병 수준을 밟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엠코를 현시점에서 상장할 경우 지난해 순이익(890억원) 대비 업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고려하면 시가총액이 적어도 1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 변호사는 "오너 지분율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향후 현대건설과 합병이 이뤄질 경우 유리한 합병비율을 얻기 위해서는 현대엠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공정거래법이 걸림돌이다. 순환출자를 끊었을 경우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가 자회사ㆍ손자회사ㆍ증손회사로 연결된다. 

지주회사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현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 자회사를 갖지 못하고 손자회사(기아차)는 증손회사(현대글로비스)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긴 하지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능성만 보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무작정 순환출자 금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처한 여건을 감안해 관련 법 정비와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 관건은 세금 문제다. 주식 맞교환 등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계열사뿐 아니라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 역시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 감면이나 이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분을 기업이 사들이거나 다른 곳에 팔아야 한다"며 "기업을 살 경우 투자 여력이 줄고 다른 곳에 팔 경우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