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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5500억원 물전쟁…초고속 성장에 너도나도 군침


  불붙은 5500억원 물전쟁…초고속 성장에 너도나도 군침

신세계백화점의 워터 바에서 손님들이 다양한 고급 생수를 살펴보고 있다.

  먹는샘물(생수)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상치 않다. 

국내 1위 생수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의 유통 사업권을 놓고 벌어진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 간의 ‘법정 줄다리기’가 대표적 사례. 여기에 기존 생수 사업자들은 물론 중견기업과 유통회사들까지 생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먹는샘물 사업이 명실상부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지난해 생수 시장은 5500억원 수준. 일반적인 생수에 해양심층수, 빙하수, 미네랄워터 등을 더한 규모다. 매년 성장률도 10% 안팎에 이른다. 지난해 이마트에선 생수 매출(520억원)이 처음으로 과즙음료(510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업체들의 참여도 늘어 70여개 기업의 브랜드 100여개가 유통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웰빙과 맞벌이·1인 가구의 증가로 물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생수 시장이 커지면서 중견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 삼다수 분쟁
시장 커지자 제주도의회까지 나서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페트병 생수의 1인자는 단연 삼다수다. 

그동안 삼다수 유통을 맡은 기업은 농심이었다. 삼다수가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당시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전국 유통망을 갖춘 농심이 판매를 맡았다. 이후 ‘농심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14년 동안 이어져온 제주도와 농심의 관계에 최근 금이 갔다. 지난해 12월 7일 제주도의회가 삼다수의 유통 사업자를 바꾸는 내용의 조례를 의결하면서부터다. 

조례에는 농심 측에 계약 종료 90일 전 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하고 새로운 유통 사업자를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농심은 “일방적인 계약 파기”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새로운 사업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초 실시된 삼다수 유통 사업자 공개입찰에 광동제약,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아워홈, 남양유업, 샘표식품, 웅진식품 등 총 7개 업체가 신청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제주도 측은 옥수수 계약 재배단지 조성 등 7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제시한 광동제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를 키웠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다수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계약이 이뤄질 경우 광동제약은 오는 4월 중순부터 4년간 삼다수 유통을 맡는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제주지방법원에서 농심 측이 낸 ‘입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농심은 “제주지방법원이 입찰 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농심에 먹는샘물을 계속 공급하도록 낸 가처분 소송도 광주고법 항고심에서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삼다수 유통 사업자는 관련 본안 소송이 끝나야 결정이 나게 됐다. 제주도의회의 조례에 대해 농심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유통 사업자 변경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농심 홍보팀 관계자는 “조례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는 삼다수에 대한 농심의 유통 사업권이 계속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제주도개발공사 측이 조례까지 제정해가며 삼다수 유통 사업체를 바꾸려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입찰 조건을 보면 제주도개발공사 측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판매를 직접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농심은 그동안 대형마트와 소매점 모두에 삼다수를 판매해 왔다. 삼다수 판매 매출 중 절반 정도가 대형마트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개발공사 측이 유통 수입을 직접 가져가려는 속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유통까지 나서려는 것은 삼다수가 시장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50%, 지난해 매출은 2086억원에 이른다. 삼다수를 유통하게 되면 업계 1위로 단숨에 오를 수 있는 것은 물론 상당한 수익도 보장받을 수 있다. 더욱이 기존 유통망을 갖춘 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치열해지는 먹는샘물 시장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다수는 말 그대로 ‘황금알 낳는 거위’ ”라고 표현한다. 


  2.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대기업·중견기업 잇따라 저울질
 

삼다수에 이어서는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8%, 진로의 ‘진로석수’가 12%(하이트 5% 포함 시 17%), 동원F&B의 동원샘물이 11%로 뒤를 잇는다. 

과즙이나 탄산음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삼다수를 제외하고 절대 강자가 없다 보니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잇따라 사업을 저울질하며 뛰어드는 형국이다. 

지리산 생수 회사를 인수해서 생수 사업에 뛰어든 SPC그룹은 지난 2010년 3월 생수 ‘오(EAU)’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과 파리바게뜨 등을 통해 하루 2만여개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기존의 코카콜라음료와 함께 다이아몬드 샘물, 제주 브이워터, 강원 평창수, 순수 등 생수 브랜드를 4개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해태음료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공을 들인 결과 생활용품, 화장품사업부에 이어 음료사업부에서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LG생활건강의 음료사업부에서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웅진그룹도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풀무원샘물’을 유통했다. 광동제약은 지난 2009년 ‘해양심층수’를 내놓았다. 대상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탁주와 함께 먹는샘물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업계에선 청정원 브랜드로 먹는샘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점친다. 지난해 10월 롯데주류와 합병한 롯데칠성음료도 올해 먹는샘물 사업 강화에 나선다. 

기존 식품기업들에 이어 유통업체들도 자체 브랜드로 생수를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 생수를 판매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남태평양 피지제도의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피지워터’를 팔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미네워터’를 공급 중이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생수인 ‘잇워터(it water)’는 독특한 사업모델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중소기업 ‘로진’. 로진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생수 공급업체로 선정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마케팅 노하우와 유통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마침 ‘슈퍼콘서트’ ‘슈퍼매치’의 생수 공급업체를 찾고 있던 현대카드는 소백산 미네랄 암반수로 프리미엄 생수를 생산하고 있는 로진을 알게 됐다. 현대카드는 자사 노하우가 담긴 디자인과 브랜드 네이밍을 로진 측에 무상으로 기부했다. 국내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를 찾고 있던 이마트는 잇워터에 판로를 제공했다. 

3. 고급 생수 시장도 급성장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
 

앞의 잇워터와 피지워터는 프리미엄 생수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생수는 일반 생수에 비해 2배에서 5배 정도까지 가격이 비싼 제품을 말한다. 천연암반수, 탄산수, 해양심층수 등이 대표적이다. 

수입 생수를 포함한 프리미엄 생수의 연간 시장 규모는 일반 생수 시장의 4분의 1인 1500억원대로 추산된다. 당연히 수입액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수입액은 100억여원에 달했다. 40억여원이던 2006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수입 브랜드는 에비앙(프랑스), 볼빅(스위스), 페리에(프랑스) 등이다. 

김석진 롯데칠성음료 대리는 “수입 생수 브랜드 1위인 에비앙의 매출은 2004년 30억원 정도에서 2010년 90억원 정도로 연평균 17% 성장했다. 연평균 10%인 국내 생수 시장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수입액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20~30%씩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고급 생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수만 전문으로 파는 ‘워터 바(water bar)’도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09년 3월 부산 센텀시티점을 오픈할 때 국내 최초로 워터 바를 선보였다. 수입 생수 100여종의 물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워터 바는 물의 성격에 따라 빙하수, 해양심층수, 베이비 워터, 스파클링(탄산) 워터, 일반 생수 등 6종류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매장에는 2명의 워터 어드바이저가 상주해 고객들에게 생수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반응이 좋아 현재 강남점과 본점 등 총 3개 점포로 확대했다. 윤종대 신세계백화점 음료·주류 담당 바이어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까다로워지면서 생수도 맛과 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고급 생수는 가격대가 일반 생수에 비해 2~10배 이상 높지만 월평균 매출 신장률이 15%에 이를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생수 코너를 워터 바로 바꿨다. 

원산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평창, 제주도 정도이던 국내 생수 수원지는 소비자들에게 청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점점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오지로 변화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생수를 길어 올려 판매하는 록인음료가 대표적이다. 군인공제회에서 운영하는 록인음료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DMZ먹는샘물’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록인음료 관계자는 “DMZ먹는샘물은 취수원이 60여년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수질이 뛰어나다”며 “앞으로 해외 주둔 미군부대와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지난 2007년 울릉도에서 제조한 ‘CJ울릉미네워터’를 선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바다인 동해의 수심 200m 아래에서 채취한 깨끗한 물”이라고 강조했다. 수입 생수의 수원지도 이전에는 에비앙의 프랑스가 주를 이뤘지만 캐나다, 영국, 미국, 피지, 노르웨이 등 30여개국으로 다변화했다. 

생수 시장의 거침없는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유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생수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웰빙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 요인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므로 향후 생수 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생수 가격거품 논란
같은 수원지 생수도 브랜드 따라 5~6배 차이
 

일반 생수보다 최고 185배 비싼 고급 생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물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최근 서울 시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66개 매장에서 파는 95종 731개의 생수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 생수 가격이 국내 생수보다 현저하게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생수 가격, 판매점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판매하는 에비앙천연광천수(750㎖)는 100㎖당 3333원인 데 반해 홈플러스 강동점에서 판매하는 맑은샘물(2000㎖×6/PB제품)은 100㎖당 18원에 불과, 무려 185배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같은 수원지에서 같은 제조업체가 만든 생수도 상품명과 판매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최고 5~6배까지 벌어지면서 생수 가격에 거품이 많이 낀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수원지가 동일하거나 인근에 있음에도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대 바이어도 “생수는 물의 경도와 미네랄 함유량에 따라 향과 식감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기능 면에서는 달라질 수 없다. 물에 첨가물을 넣으면 그것은 물이 아니라 음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능성 워터’라는 말은 과대광고에 해당한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