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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올랑드 리스크` 에 유로존이 떤다

엘리제궁의 주인을 뽑는 첫 번째 주사위가 던져졌다. 22일 실시된 프랑스 1차 대선투표에서 출구조사 결과, 당초 예상대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가 선두를 유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두 사람이 다음달 6일 벌이는 결선투표에 쏠리고 있다. 프랑스뿐만 아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이 단순히 사르코지와 올랑드 후보 간 양자 대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리아나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 EU 우파정권 연합과 좌파 올랑드 후보 간 대결로도 볼 수 있다.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라는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메르켈 총리 등 EU 우파 지도자들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사르코지 대통령 재선을 응원해왔다. 메르켈이나 캐머런 총리는 올랑드와 면담조차 회피할 정도로 그를 왕따시켜왔다. 

올랑드가 이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은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EU가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무시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놨기 때문이다.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신재정협약(fiscal compact)을 원점에서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점이다.  

  
  `올랑드 리스크` 에 유로존이 떤다
 프랑스 대선 2차투표 사르코지 - 올랑드 압축
 신재정협약 등 EU공조 전면 재검토 밝혀 좌파집권 가능성 커지며 佛국채금리 불안

EU 정상들이 지난해 12월 합의한 신재정협약은 회원국 재정적자ㆍ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3%, 6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을 위반한 재정 불량국에 불이익을 줘 재정건전성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다. 신재정협약 합의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주도했다. 

올랑드 후보는 "과도한 긴축은 경기 침체를 부추길 뿐"이라며 "오히려 정부 지출을 늘려 서민들에게 일자리를 공급하고 부족한 세수는 부자 증세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올랑드 후보는 또 신재정협약이 주문한 3% 재정적자 목표도 "2013년이 아닌 2017년에나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신재정협약 합의를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경기 침체ㆍ고실업률ㆍ긴축 피로감에 빠진 프랑스 국민은 이 같은 올랑드의 성장 위주 정책과 신재정협약 재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랑드가 승리하면 신재정협약 등 EU 정책연대 과정에서 프랑스가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신재정협약이 폐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는 우파연합 패퇴→EU연대정책 후퇴→유로존 정책 공조와 재정위기 방안에 대한 시장 신뢰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올랑드 공약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맹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부 지출ㆍ재정적자ㆍ부채 축소라는 개혁을 소홀히 하면 프랑스가 스페인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며 연일 올랑드 후보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하고 있다. 

사르코지가 현직 대통령이란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올랑드에게 밀리면서 유로존 정책 공조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도 올랑드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 지출 축소 대신 부유층 증세, 금융서비스산업 과세 확대 조치에 무게중심을 두는 올랑드의 세제 정책이 프랑스 국채금리 급등과 증시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지표물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 달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반면 안전 자산인 독일 국채로 돈이 몰리면서 독일 국채 금리가 급락(국채 가격은 급등), 역사상 최저치인 1.6~1.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20일 현재 10년물 프랑스ㆍ독일 국채 금리 가격차(스프레드)가 1.36%포인트까지 벌어져 지난해 1월 6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1.5%포인트)에 근접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1981~1995) 이후 17년 만의 좌파 정권 집권 가능성으로 당분간 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