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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美·日·대만 "한국반도체 뛰어넘자"

美·日·대만 "한국반도체 뛰어넘자"

마이크론·엘피다·난야 통합 추진…국내업계 "시너지 미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독주로 벼랑 끝에 몰린
미국ㆍ일본ㆍ대만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할 태세다.
주력 품목인 D램 값 하락에 따른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이 하위 업체들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본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의 난야와 경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5위 업체인 일본
엘피다(12.2%), 미국 마이크론(12.1%), 대만 난야(3.5%)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약 27.8%를 차지한다. 그렇게 되면 세계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21.6%)를 뛰어넘게 된다. 


엘피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한국 대 미ㆍ일ㆍ대만 연합군 간 대결 구도로 변모할 조짐이다. 

엘피다가 앞장서서 3사 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엘피다는 영업적자가 지난해 3분기에만 6400억원에 이르자 결국 4분기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오는 3~4월에는 차입금과 사채 상환을 합쳐 약 920억엔(1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엘피다는 외국 업체와의 통합으로 신용을 높인 뒤 금융회사에 차입과 만기 연장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번 정상화 계획이 통과되지 못하면 일본 정부와 민간의 합작 펀드를 통한 공적자금의 투입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업체인 난야의 사정도 엘피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난야는 지난해 4분기 91억8100만 대만달러(약 349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난야는 8연속 분기 적자를 기록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적자가 이어지자 가격 하락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감산에 돌입했다.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주력 품목을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현재 두 업체보다는 실적이 양호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모바일 D램 기술력이 모자라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이동인 기자]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3사는 경영 악화로 초래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뭉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경쟁 구도의 안정화와 감산으로 국내 업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사의 이번 통합은 자본 제휴뿐 아니라 제품개발, 업무 등 전방위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에 필적하는 미세 공정기술력을 갖춘 엘피다, 저비용 생산능력을 갖춘 난야 등의 결합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한국 업체에 밀리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특히 엘피다의 D램과 마이크론의 낸드 기술을 일체화한 스마트 기기용 고부가가치
메모리제품 개발에서도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3사 통합에 난관도 적지 않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엘피다의 자회사화를 요구하고 있어 독립경영을 원하는 엘피다와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야도 마이크론과 기술제휴가 이미 맺어져 있어 엘피다와 제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엘피다를 중심으로 3사가 경영 통합에 나서지만 사실상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자산 실사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며 "기술적 시너지 효과보다는 단기적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