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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nFo/국제경제

민간소비·설비투자 1년새 '반토막'..저성장 현실로


민간소비·설비투자 1년새 '반토막'..저성장 현실로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 상태라면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은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낮았기 때문에 올 1.4분기에는 기저효과에 따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민간소비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건설 산업 등 경기부양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 한은의 이런 전망은 사실상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 빗나간 전망, 우려 현실로

 한은이 26일 발표한 '2011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연간 GDP는 3.6% 성장했다. 지난 2009년 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한은이 당초 예상했던 3.8%보다 0.2%포인트 낮다. 2010년 경제성장률 6.2%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한은은 지난해 GDP 성장률 예상치를 4.3%로 예상했다가 하반기 들어 유로존 위기가 확대되자 이를 3.8%로 낮췄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이보다도 더 낮았던 것.

 지출항목별로 수출은 10.0%, 수입은 6.6%, 설비투자는 3.8% 성장해 연간 성장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민간소비는 2.2%,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6.5%로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성장을 그나마 견인한 업종은 제조업(7.1%)이다. 뒤이어 전기가스·수도업(3.4%), 서비스업(2.6%), 농림어업(-1.0%), 건설업(-5.6%) 순이었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해 보면 경제활동별 성장률 침체는 심각하다. 2010년의 민간소비는 4.1%, 설비투자는 25.0%에 달했다. 그러나 2011년의 지표들은 정부소비(3.0→2.3)를 제외하면 대부분 절반 이하로 꺾였다. 서비스 수출과 수입 역시 2010년 14.5%에서 10.0%로, 16.9%에서 6.6%로 낮아졌다.

 4.4분기만 볼 경우 소비와 투자, 수출, 수입의 마이너스 성장이 뚜렷해 경기침체의 심각성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기업들과 가계가 과잉반응한 부분이 있다"며 "4.4분기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설비투자를 지나치게 줄였다"고 말했다. 또 "올 들어선 유럽발 재정위기의 결말이 가시화 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전망이 가능해지면 투자와 소비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GDI 성장률 1.1%에 그쳐

 우리나라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성장률 침체는 더 큰 문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년 대비 1.1%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9%, 2010년 6.0%에 비하면 크게 저조한 데다 GDP 성장률 3.6%보다도 한참 아래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39조7000억원에서 65조9000억원으로 확대돼 GDI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GDI는 교역조건을 반영해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 국장은 "실질 GDI가 낮은 것은 가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성장이 많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라며 "국민들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큰 문제를 느꼈던 한 해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소비의 마이너스는 예상치보다 훨씬 나빴다"며 "자동차 같은 내구재의 위축이나 12월 따듯한 날씨 때문에 의류 소비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에 물가상승

 성장률이 침체에 빠지고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아직 완전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대외요인의 악화에 따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성장률 자체는 떨어지고 있지만 물가상승세가 점차 둔화되는 데다, 향후 떨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란 사태로 인한 유가 문제다. 유가 상승은 공급측면에서 강력한 물가 상승 압박이라는 것.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 연구실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의 완전한 정체 속에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정도 상황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란 사태로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 아직까지 목표치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기에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3.7%.

 이 실장은 "작년 4.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너무 낮게 나와 올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인 3.4%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까지 상반기 예상치나 올해 전망치에 대한 수정 필요성은 없지만 목표치 달성을 낙관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